“명문대 당락을 결정짓는 킬러 문제를 풀려면 학원을 다니지 않고는 절대로 풀 수가 없어요.”
올해 재수 끝에 수학능력평가(수능)를 보고 명문대에 합격한 신입생의 말이다. 수능의 비문학 국어나 융합형 수학이나 과학문제 등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수능 성적만을 따져 대학 당락을 결정짓는 정시의 경우, 하루 종일 학원 수업을 받는 재수생이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왜 학원을 다니지 않고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수능에 나올까. 오늘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상당수 학생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한다. 공부를 하는 환경도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이 많아진 셈이다.
입학 정원을 정해놓고 학생을 선발하는 우리나라 입시제도에서는 아무리 성적이 좋다 하더라도, 정원 내에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반드시 우열을 가려야 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위해 갈수록 더 어려운 문제를 낸다. ‘변별력’을 갖춘다는 명분이다. 그 어려운 정도가,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 학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온거다. 수능 문제만이 아니다. 강남 등 일부 고교에서도 내신 성적을 결정짓는 중간·기말고사에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수업시간에 공부하지 않은 어려운 내용을 문제로 내는 경우가 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왜 수능을 출제하는 교육 당국이, 공교육 주체인 학교가 학생들이 학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까. 교육당국도, 학교도 ‘고등학생이면 당연히 학원을 다니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사교육 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자녀 학원비가 가계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계층의 사다리는 사라진지 오래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대통령이 수능 문제를 교과과정에서 배운 내용 내에서 출제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지시했다고 한다. 불수능, 물수능 논란은 있지만, 여기서 이 논란은 차치하고 내용만 놓고 봐서는 당연한 예기다. 한가지 더, 여러 보완할 점이 있지만 대학 입학 정원이 지금보다 유연해야 한다.
대학 입학정원을 대학 자율에 맡겨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단,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졸업정원제를 명확히 지키게 해야 한다.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만 갖추면 누구나 입학 할 수 있더라도 졸업은 반드시 역량을 갖춘 학생만 졸업하게 하는 것이다. 졸업 시험을 지금의 대입 처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여러 수정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대학입학 과열 경쟁을 해소하고 대학생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대학의 열악한 재정 상황도 조금은 해소할 수 있다. 아마도 교육 당국도 일부러 어려운 문제를 내는 것이 아닐 것이다.
경쟁자 한명이라도 떨어뜨려야 내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지금의 대입 현실이 문제다. 한명을 떨어뜨리기 위해 어쩔수 없이 어려운 문제를 만들다 보니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까지 문제로 내게 되는 것이다. 학생은 지쳐가고 학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에 불행한 삶을 산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