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7일 인터넷 역사 프로젝트 KR50 워크숍이 개최된다.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형성과 진화’라는 주제로 학계와 업계 전문가가 과거 인터넷 비즈니스 역사를 검토하고 미래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검색, 이메일, 채팅 및 커뮤니티 등 초기 인터넷 비즈니스 형성과정에서 게임의 역할이 매우 컸다. 과거 게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형성, 진화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초기 인터넷에서 게임이 차지한 트래픽 비중은 굉장히 높았다. 90년대 초반 MUD 게임이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라인 56kbps의 80%에 차지할 때도 있었다. 이 때 게임산업은 불법복제 문제로 인해 정품 패키지 게임을 팔아서는 돈을 벌기 어려웠다. 1996년 넥슨이 최초의 상업적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월정액 비즈니스 모델로 서비스에 성공을 이뤘다. 넥슨의 월정액 구독 모델은 지금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 인터넷 콘텐츠 유통 기본 모델이 됐다.
인터넷 대중화와 관련, PC방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당시 한게임 대표도 PC방 사업을 통해 한게임 사업의 기반을 확보했다. 2000년 한게임은 네이버와 합병하며 고스톱, 포커, 바둑, 장기 등 웹보드 게임이 ‘캐시 카우’가 됐다. 합병 이후 웹보드 게임으로부터 나온 수익은 웹툰, 지식인 등 인터넷 서비스 개발에 투자됐다. 2001년 NHN 전체 매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할 정도였다. 이런 웹보드 게임 수익 투자야 말로 네이버의 검색과 온라인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도 게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99년 네오위즈는 웹 기반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을 출시했다. 동시접속자 수가 2만~3만명이 될 때까지도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던 세이클럽은 아바타를 꾸미는 의상,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등의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단순 그래픽에 누가 돈을 내겠냐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지만 아바타 디지털 콘텐츠 판매 모델은 대박을 쳤다. 이후 이 모델은 국내 최대 소셜 네트워크였던 싸이월드의 사이버 머니 ‘도토리’로 이어지기도 했다.
넥슨의 게임 ‘퀴즈퀴즈’는 세이클럽을 벤치마킹해 무료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고 퀴즈를 푸는 아바타를 위한 코스튬 아이템을 판매하는 방식, 즉 부분유료화(Free to Play)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했다. 부분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 유튜브, 링크드인, 드롭박스, 스포티파이, 에버노트 등과 같은 많은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활용되고 있다.
2010년대 급성장한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기다리면 무료(Wait or Pay)’, ‘너에게만 무료’ 비즈니스 모델 역시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 카카오페이지의 디지털 콘텐츠 과금 모델에 영감을 준 애니팡은 카카오톡 친구에게 서로 하트(게임 이용 아이템)를 선물하는 방식으로 소셜 네트워크의 강화 효과를 이끌어냈다. 이용자는 시간을 하트 충전을 두고 기다릴 수도 있지만 기다리지 못하고 돈을 지불할 수도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비즈니스 모델은 모바일 게임 아이템 유통 방식을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적용별 이용 시간의 차이를 유료화한 모델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약 2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의 10% 이상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수출 절반 이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도 기여한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게임산업 완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실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경제 시대 게임산업의 투자와 경쟁을 활성화할 방안을 준비할 시점이다.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서울대 AI연구원 객원연구원 전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