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예상보다 부진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두고 러시아의 방어 태세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비해 지난 7개월간 예비군과 포병·항공지원을 준비시키고, 탄약·연료를 비축했으며, 더 많은 드론을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고 자국군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훈련에 참가시키며 대반격을 준비하는 동안, 러시아도 방어태세를 잘 가다듬어 왔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군은 특히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까지 장장 900마일(약 1448㎞)에 이르는 전선을 따라 참호를 파 요새화하는 등 방어선을 구축했다. ‘용치’(龍齒·용의 이빨)로 불리는 뿔 모양 탱크 저지용 구조물과 참호 등으로 겹겹이 구성된 이 방어선 앞에는 지뢰와 함정도 곳곳에 심어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러시아군의 방어망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속도를 늦추고 좁은 구간에서 돌파를 시도하도록 병목 현상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러시아군은 전열을 다시 가다듬고 더 정확히 조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촘촘한 방어선을 뚫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이상 걸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세바스티엔 로빈 군사평론가는 미국 CNN 방송에 기고를 통해 “러시아군이 헤르손 지역에서 후퇴하는 데 3개월이 걸렸고, 이번에도 대략 그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대반격은 강화된 러시아군 방어선을 뚫어야 해 훨씬 잘 조율된 기갑부대와 보병, 공군, 포병, 공병 통합 작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을 시작한지 2주가 된 현재 8개 마을, 약 113㎢의 점령지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상보다 부진한 성과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측은 “힘겨운 싸움” 중이라면서도 아직 ‘최대 타격’을 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냐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20일 텔레그램을 통해 “계속되는 작전에는 여러 목표가 있다. 군은 이들 임무를 충실히 수행 중”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말랴르 차관은 “그들이 이동해야 할 곳으로 이동 중”이라면서 “그리고 최대 타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대반격에서 공세를 강화할 것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적은 쉽게 진지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힘겨운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 사실 이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