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교역국을 꼽는다면 경제대국인 중국과 미국, 그리고 3위에 일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놀랍게도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지난 해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 3위국, 무역흑자 2위국이다.
베트남에 한국은 수입 1위국이자 투자유치 1위국이다. 인적교류도 무역, 투자 못지않게 활발하다. 1~5월 베트남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107만명으로 단연 1위다. 국내 체류하고 있는 베트남인은 24만 명으로 2위다. 활발한 교류에 부응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양국 정상은 한·베트남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로 격상했다.
베트남은 비단 우리에게만 기회의 땅이 아니다. 1억명 인구로 연 7% 성장을 구가하며 아세안 경제권 도약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을 떠나는 서구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대체 생산기지기도 하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아세안의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 경제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이미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한-아세안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했다.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창립멤버이자 유럽연합 및 영국과도 FTA를 가동하고 있다.
한국이 모범적 개방경제체제를 갖춘 베트남과 다른 어느 나라보다 밀접한 교류를 이룬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선도적 투자에 힘입은 덕이 크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8000여개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절반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며, 베트남 수출의 20%를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합작투자로 베트남을 세계 5위 조선 수주 대국으로 끌어올렸다. 신한은행은 외국계 금융기관 1위에 오르며 2200여명의 베트남인을 현지에서 채용했다.
그동안의 성공 경험을 자양분으로 포괄적 전략동반자로서 베트남과 함께 열어가는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과제에 공동 대응하며 협력의 질과 양을 고도화시켜야 한다. 교역과 투자로 다졌던 경제교류의 기반 위에서 기술 협력으로 나가는 것이야말로 미래지향적 호혜 협력의 첩경이다.
이번 국빈 방문은 양국 간 기술협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양국의 기술개발 지원기관 간 협력도 새로운 지평을 맞게 된다. 양국 기업의 기술 교류를 활성화하는 한편 전자, 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로 협력을 확대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베트남 과학기술부 기술혁신청(SATI)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자동차, 전자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조인트 워킹 그룹을 구성해 양국의 기술협력이 필요한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실질적 기술교류를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선진 기술 노하우를 전수해 베트남의 산업 육성을 촉진한다.
또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하노이 과학기술대(HUST)와 공동으로 초소형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기술을 개발한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베트남 국립공대(VNU-UET)와는 전자, IT 분야에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 및 현지 기업들의 기술지원을 강화한다.
이와 같은 한·베트남 간 기술협력은 양국 관계의 발전은 물론 ‘필라2 공급망 협정’의 타결로 관심이 고조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진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베트남에 ‘꼬 반 라 꼰 드엉(Co ban la co đuong, 친구가 있으면, 길이 있다)’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에게는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는 속담이 있다. 친구의 소중함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처럼 동양적 사고와 인본적 문화를 공유하는 한-베트남 양국이 미래지향적 기술협력을 공고히 하며, 새로운 인도태평양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art@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