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대규모 폭발물을 실은 구식 전차를 적진에 투입해 폭파하는 ‘자폭 탱크’ 공격을 감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지난 주말 엄청난 양의 폭발물을 가득 채운 전차로 우크라이나 요새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자폭용으로 사용된 전차는 1940년대부터 도입된 옛 소련제 T-54 혹은 T-55로 추정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안에 약 3.5톤(t)의 TNT(폭약의 일종)와 5발의 FAB-100(항공포탄)이 실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작전을 지시한 베르날(콜사인) 러시아 탱크 지휘관은 “적으로부터 약 300m 떨어진 곳에서 차량을 조종병이 탱크를 수동으로 돌려 적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뛰어내린 뒤 뒤로 달려갔다. 내가 뒤에서 관찰하다가 탱크가 적진에 접근했을 때 무선조종으로 폭파했다”고 밝히며 “무선 감청에 따르면 적군은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한 유명 군사 블로거는 관련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탱크가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에 지뢰에 부딪혀 폭발했다. TNT 6톤을 채운 자폭 탱크가 지뢰에 먼저 파괴돼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전차를 이용한 자폭 공격까지 벌이는 것은 장기간의 전투로 최신식 무기들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현대 무기가 바닥나면서 점차 공격이 구소련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 국제사이버정책 센터의 네이선 루저 연구원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강력한 군대로 여겨졌던 러시아군이 ‘이슬람국가’(IS)의 전술을 모방하는 단계로 넘어갔다”고 비꼬았다. 조사업체 벨링캣 설립자인 엘리엇 히긴스도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전략과 전술을 배우고 러시아는 IS로부터 배운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