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용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이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최신 스마트폰에 주로 채택하는 OLED 패널 장 수(유닛)를 집계한 결과다. 중국 패널 업체가 저가 플렉시블 OLED를 대량으로 공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저가 공세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전략이 플렉시블 OLED에서도 재현될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2분기 BOE, 티얀마, CSOT, 비전옥스 등 중국의 모바일용 플렉시블 OLED 패널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50.2%로 전망됐다. 수량 기준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주요 업체가 과반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분기 41.8% 대비 8.4%포인트(P) 급상승했다. BOE가 25.5%, 티얀마 9.4%, CSOT 7.8%, 비전옥스 7.5%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총 3980만장 모바일용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출하, 시장 점유율 41.2%가 예상된다.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 40%대 점유율에 계속 머물러 있다.
중국 패널 업체들의 급성장은 20달러 전후의 저가 OLED 패널 공급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기존 리지드 OLED에서 플렉시블 OLED로 패널을 바꾸는 추세다. 이 때 자국 업체의 저가 패널을 대거 탑재, 출하량이 급상승한 것으로 스톤파트너스는 분석했다. 리지드 OLED는 유리기판을 사용한 딱딱한 패널로 초기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됐다. 최근에는 휘어지면서 무게를 줄인 플렉시블 OLED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패널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플렉시블 라인에 대거 투자하면서 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 상승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등에 쓰이는 고가 플렉시블 OLED 시장은 여전히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도 이 시장에 가세해, 우리 기업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굳건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모바일용 플렉시블 OLED 매출 점유율은 52.5%다. LG디스플레이(19%)를 더하면 70%가 넘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플렉시블 OLED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는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도 저가 공세를 버티지 못한 국내 패널 업체가 시장에서 철수했고, 디스플레이 전체 시장에서 왕좌를 중국에 넘겨줬기 때문이다. 플렉시블 OLED 기술 격차를 키우고 폴더블 OLED 등 고부가가치 시장 영향력을 지속 확대, 중국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편, 중국 패널 제조사들이 플렉시블 OLED 공급량을 늘리면서 리지드 OLED 시장은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2분기 리지드 OLED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1300만장이 줄어든 3660만장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중 2940만장을 출하, 전체 80.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