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가 훈풍을 맞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안이 있다. 2028년 6월로 만료 시일이 다가오는 ‘한일 공동개발구역’(JDZ) 협정이다. 불과 5년여밖에 남지 않아 시일이 촉박하다. 석유 개발을 위한 투자 필요성을 넘어, 천연자원에 관한 주권적 권리가 있는 국가 관할권을 확정해 국가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JDZ는 1980년 가수 정난이가 부른 ‘제7광구’라는 대중가요로 국민의 귀에 익숙해졌다. JDZ는 산유국의 장밋빛 꿈을 꾸게 한 계기가 됐었다. 1978년 체결한 협정의 유효기간은 50년이다.
한일 양국은 1980년대 초반까지 JDZ에서 탐사와 시추를 ‘공동’ 실시했다. 하지만, 해양영토 분쟁이 잦아지자 유엔(UN)이 대륙붕경계협정을 체결하도록 하면서 7광구는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협정에 따르면 JDZ는 거의 자동으로 일본에 속하게 되고, 한국의 해역은 기존 대비 좁아지게 된다. 일본은 시간이 지나면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동’에서 발을 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자연스레 탐사와 시추작업을 실시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2028년 협상 종료에 앞서 5년 전인 2024년부터 기존 협정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재협상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일본이 이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일본과 협상없이 JDZ 옆 해저에서 해저탐사를 실시하고 시추해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도 중국처럼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여년간처럼 소극적 태도로 협상 종료 시점인 2028년 6월을 넘기면 일본에 모두 빼앗길 공산이 크다. 이는 일부 전문가나 당국이 쉬쉬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정부는 국민적 역량을 모아 제7광구를 국익에 맞게 조율해야 한다.
해당 구역의 향후 개발 계획을 명문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일본과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지형을 제공할 것이다. 한일 JDZ 이행 목적이 석유자원의 탐사 및 채취를 통한 공동이익 달성에 있다는 것을 일본을 상대로 확인해야 한다.
한국석유공사 등은 동중국해에 있는 JDZ 내 마라분지 주변에 최소 1억6000만배럴의 석유와 850억㎥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석유회사에 따르면 지후분지(Xihu Basin)의 근원암은 에오세에 형성된 핑후층으로서 석유와 가스를 배태하고 있다. 지후분지는 역전의 지구조 활동 이후에 침강작용을 받아 석유생성에 필요한 조건을 생성했다. 따라서 북동 방향으로 연속적이고 유사성을 보이는 JDZ 내 제2소구(한일 접경수역)도 석유 생성·저장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또, 중첩수역 문제는 우리나라의 관할해역 주권행사에 관한 문제다.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정당한 해양영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2018년 JDZ를 중심으로 제주분지 내 남해 중첩수역에 대해 퇴적환경 및 지구조를 해석해 석유 시스템 내에서 탄화수소의 생성, 이동, 집적 과정을 차례로 규명했다. JDZ 해양분지 중심부에서 석유와 가스 징후가 확인된 만큼 추가 정밀탐사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JDZ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 것은 후대에 대단한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남해 중첩수역에서의 지속적 해양탐사로 일본의 공동탐사 개발 거부 명분인 ‘석유개발 가능성이 작다’는 논리를 반박할 수 있다.
JDZ에서 공동자원 탐사를 계속 요구해야 한다면 난제가 의외로 순조롭게 풀릴 가능성도 있다. 또, 해상도시 건설 등 해양영토 확보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로써 ‘한국 측의 정당한 개발 요구에 대해 일본 측이 근거 없이 거부한다’라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일본과의 갈등 수위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허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영토·방위연구부 책임연구원 sikhuh@kio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