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구매 확대를 추진한다. 기존 유럽 노스볼트와 중국 궈쉬안 등과 협력에서 한계를 느낀 폭스바겐이 배터리 생산 안정화를 위해 양산 경험이 풍부한 국내 기업과 손잡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산하 파워코 본사 구매 담당 인력들이 이달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국내 복수의 배터리 소재·장비 업체를 만나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워코가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각종 기술부터 소재·장비 공급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파워코는 폭스바겐 그룹이 배터리 사업을 직접 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다. 독일 잘츠기터와 스페인 발렌시아, 캐나다 세인트토마스 등에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독일은 2025년, 스페인은 2026년, 캐나다 공장은 2027년 가동이 목표다.
구매 인력 방한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더 배터리쇼’에서 폭스바겐이 국내 소재·부품·장비 전문 업체에게 배터리 생산과 관련된 협력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폭스바겐이 국내 기업과 협업을 확대하려는 것은 글로벌 다수 지역에 배터리 제조를 뒷받침한 한국 소부장 기업들의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의 해외 공장에 소부장 제품을 공급한 경험과 기술력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 배터리 개발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파워코가 공장을 건설하면서 노스볼트, 궈쉬안 등과 협력했지만 기술적인 한계를 느끼고 한국 소부장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배터리 소재, 장비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수의 납품 실적을 보유한 만큼 실제 공급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9년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 지분 20%를 확보한데 이어 2020년에는 중국 3위 배터리 제조사 궈쉬안 지분 26%를 확보한 바 있다.
파워코는 한국 기술인력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폭스바겐 배터리 개발은 배터리셀·시스템 책임자인 프랑크 볼로메가 파워코 최고경영자(CEO)와 안순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총괄하고 있다. 안 CTO는 국내 배터리 전문가로 애플 배터리 개발 부문 글로벌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안 CTO를 주축으로 배터리 전문 인력을 확보해 배터리 생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폭스바겐 내 배터리 인력은 한국인을 포함해 30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생산 능력도 지속 확대하겠다는 의지여서 국내 소재, 장비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