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은 영토 확장으로 고구려 전성기를 이끌며 역사에 이정표를 남긴 위대한 군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2년 한국 이동통신 번창을 이루기 위해 주파수 영토 확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추진해 대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가 광활한 우주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주개발산업 측면에서는 우주발사체 고도화 기술, 큐브위성을 이용한 초고속 무선통신 정보망 구축 뿐만 아니라, 전파통신을 이용한 도심항공교통(UAM) 안전 네트워크 구축, 6세대(6G) 이동통신 주파수와 저궤도 위성 전파통신을 이용한 자율차 시스템 구축 등이 빅이슈로 등장했다.
정부는 12월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한다. 우주개발 산업을 지역특화 신산업으로 육성, 지역 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경상남도 10대 공약 중 하나였던 ‘항공우주청 설립 및 서부경남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로의 개발’에서 “항공우주산업의 무한한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 투자는 적다”며 “국가주력산업으로 육성해 대한민국이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비상하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정책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지역경제 균형발전과 지역산업 육성 측면에서 우주항공청이 지역에 유치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큰 업적으로 남기 위해서는 고구려 역사를 되짚어봐야 한다. 광개토대왕이 확장한 영토에 고구려인을 이주시키고 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며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쓰게 함으로써 영토 확장 정당성을 만들어 낸 것처럼, 지자체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도 지역 산업발전에 기여할 우수인재를 지역대학에서 육성하고 지역에 취업할 수 있는 우수 인재 터전 구축에 적극 힘을 보태야 할 때다.
고구려 시대 영토 확장을 현재와 비교해 본다면 ‘국토 균형 경제발전’이 곧 광개토대왕식 영토 확장이며, ‘국토 균형 경제발전’ 성공의 한 축은 우수 인재 육성과 지역특화 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지역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력 인구 급격한 감소 현상과 지역 우수 인재의 수도권 취업을 위한 대거 쏠림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지방 몰락과 빈부격차 심화와 직접 연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과감하고 혁신적 진흥책이 필요하다. 지역 특화산업에 맞춘 지역 우수인재 지속적 육성 방안과 지역 인재 이탈 방지 대책을 마련해 수도권 쏠림을 완화해야 한다.
일례로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인재가 지방에 있는 대기업에 약 3개월 정도 근무하고 다시 수도권으로 이직했다는 소문은 지방 인력시장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해당 지역 산업체 주요 기술을 지역 대학에서 특화해 가르치고 우수 인재로 육성, 지역에서 생활기반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산업체가 인재 균형 진흥책에 담대한 결심을 할 때다.
특히 정부부처 산하 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지역적 산업 안배와 신산업 성공을 위한 지원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돈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산하기관이 사업 선정에서부터 지역 산업 육성을 위한 안배와 지역 전문가 참여를 유도하는 지원을 하지 않으면 지역 인재양성 교육과 지역 신산업 연구 활성화 및 인재이탈 방지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
우주산업 지역 클러스터 역시 항공우주 연구개발은 충청대전권이, 발사체는 전남목포권이, 우주위성 개발과 인력은 경남부산권이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 3각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발굴과 지역 인력양성지원은 이 지역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수도권 중심 대학 우선지원 등 지방대학과 지역특화산업을 홀대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기관이 자발적으로 지역경제와 산업을 살릴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지역대학 및 연구기관 전문가와도 적극 협력하는 자세와 배려를 견지하길 바란다. 현 정부가 강력 추진하는 지역 신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 과제 역시, 지역에서의 인재 균형 양성과 지역 정착제도가 뒷받침돼야 성공시킬 수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 민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