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느낌 살린 ‘2차원 게임’, 中시장 공략 첨병으로

에픽세븐
에픽세븐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그대로 살린 ‘2차원 게임’이 중국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부상했다. 국내 게임사가 해당 장르 효시로 여겨지는 일본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올린데 이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에서도 흥행 불씨를 당겼다. 장르적 특성에 맞춰 게임을 넘어 다양한 2차 창작 문화를 기반으로 지식재산(IP)을 확장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설 전망이다.

2차원 게임은 국내에서는 보통 ‘서브컬처’로 분류되는 장르다. 기존에도 중국 시장 내 유력 소비층으로 부상한 80년대~90년대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를 겪으며 잠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지 정식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IP 우회를 통한 게임 접속과 2차 창작 생태계 내 팬 콘텐츠가 상당량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게임즈가 개발, 일본에서도 인기 순위와 매출 최상위권을 기록한 ‘블루 아카이브’는 중국 내 사전예약 300만명을 돌파하며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치를 달성했다. 22일부터 진행된 현지 비공개 시범테스트(CBT)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루 아카이브 중국 현지 퍼빌리싱은 다양한 2차원 게임을 흥행시킨 요스타의 자회사 상하이 로밍스타가 맡았다. 게임 내 세계관에 담긴 여러 인터넷 밈(Meme, 유행어)과 밀리터리 요소, 종교·이념적 패러디 등을 현지 규정에 맞게 최적화 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출시 전 이용자 접점 확대를 위해 내달 상하이에서 열리는 ‘빌리빌리’ 2차원 문화 축제에도 참가를 준비 중이다.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

한발 앞서 이달 중국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은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9위와 빌리빌리, 탭탭 등 주요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 마켓 인기 게임 상위 5위권에 진입했다. 역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그래픽 품질과 전투 연출이 인기 요인으로 손꼽힌다.

중국 텐센트가 하반기 주요 신작 라인업으로 선정한 넷마블 ‘제2의 나라’도 이달 초부터 현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게임 자체가 주는 콘텐츠적 재미는 부각하면서 이용자가 경쟁에 대한 부담 없이 장기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수익모델(BM)을 상당 부분 개편했다.

제2의 나라
제2의 나라

시프트업이 개발, 텐센트 자회사 레벨 인피니트가 글로벌 서비스를 맡은 ‘승리의 여신: 니케’에 대한 중국 이용자 관심도 뜨겁다. 아직 판호 발급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개인 팬덤과 2차원 문화 생태계를 중심으로 중국 현지 출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게임사 관계자는 “일본이 만화 단행본과 애니메이션 등으로 글로벌 서브컬처 콘텐츠 시장을 개척했다면 한국은 게임으로 새로운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며 “개방 분위기로 돌아선 중국 게임 시장에서도 2차원 게임이 선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