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광주 서구을) 의원이 신당 ‘한국의희망’ 창당을 선언했다.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정당’ 시도다. 진영 논리에 빠진 한국정치를 ‘좋은 정치·과학 정치·생활 정치’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태섭 전 의원과 정의당 등에서 창당 움직임이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론이 탄력받을지 관심이 모인다.
양향자 의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22대 총선을 앞두고 가장 먼저 제3지대 테이프를 끊었다.
한국의희망은 양향자 창당준비위원장을 비롯해 최진석 KAIST 교수,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임형규 전 SK그룹 부회장을 주축으로 과학기술·철학·정치학·과학기술·문화예술·법조·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100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 중 40대까지 청년 발기인 비중이 58%를 차지한다.
양 위원장은 창당 선언을 통해 “국민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더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절규한다. 그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시대로 건너가야 한다”며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를 ‘좋은 정치’로, 낡고 비효율적인 정치를 과학기술에 기반한 ‘과학 정치’로, 그들만의 특권을 버리고 국민 삶을 바꾸는 실용적 ‘생활 정치’로 건너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의 질서’와 세상의 상식도 버린 채 ‘이게 나라냐?’ ‘이건 나라냐?’ 비난을 서로 주고받으며 20여 년의 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며 “거대 양당이 이끄는 정치는 그저 권력 게임이자 이권 다툼이며, 그들이 주도하는 ‘정권 교체’는 ‘기득권 교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 낡은 정치, 특권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 “30년 전 한국의 반도체가 일본과 미국을 넘어선다고 했을 때 모두가 헛된 꿈이라고 했지만, 겁 없이 도전해 세계 1위의 기적을 이뤄냈다”며 “불가능을 넘어 두려움을 딛고 도전하는 우리가 한국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국민의 참여를 요청했다. 그는 “10만 명, 10만 명만 모이면, 단숨에 양당을 위협하는 유력 정당이 될 수 있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50만, 100만을 넘어 최대 정당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의희망은 ‘블록체인 플랫폼 정당’을 내걸었다. 세계 많은 정당들이 블록체인 정당을 추진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실패했다. 양 위원장은 “첨단의 블록체인 기술로 구태를 차단하겠다”며 “정당의 4요소인 당원·공천·정책·자금이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 불변성, 안정성에 기반해 전혀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돈봉투 사태와 같은 부패를 원천차단하고, 공천의 공정성을 보장하며, 당대표의 독선, 대의원의 과대표 등 구태를 시도조차 못 하게 막겠다고 선포했다.
한국의희망 3대 가치는 ‘좋은 정치·과학 정치·생활 정치’다. 10대 공약으로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한 정당 혁신을 비롯해 △상시·체계적 정치학교 도입 △중앙당과 독립적 청년조직 운영 △‘과학기술 패권국가’로의 비전 제시 △특권 없는 대한민국 △협치의 제도화 △미래 세대가 호응하는 정의 사회 △투명하고 책임있는 조세제도 △상생과 존중의 노사관계 △저출산·고령화 극복,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이다.
창당 취지 발제를 맡은 최진석 교수는 “역사적으로, 정치가 막장에 이른 나라에서는 극심한 사회분열, 정치갈등, 포퓰리즘, 부패가 나타나 결국 추락했다. 정치를 바꿔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건너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희망은 오는 가을 정치학교도 연다. 정치학교 교장을 맡은 최연혁 교수는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기준은 역량 있는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의 유무에 달렸다”며 “세계 지도자 134명 성공·실패 사례분석, 세계 청년 지도자들과 교류, 민주제도의 이해, 각 정책 분야별 이해, 수사와 화술 및 타협과 토론 방법,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등 기초부터 고급, 특별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개월에서 1년간 체계적으로 교육시킨 미래 리더들을 내년 총선 정치권에 투입시키겠다고 밝혔다.
한국의희망은 창당준비위원회 등록을 마친뒤 본격적인 당원 가입을 시작한다. 각 시·도당 발기인대회 및 창당 절차를 거쳐 8월경 창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양 의원이 가장 먼저 ‘제3지대 구축’을 선언하면서 기타 신당 창당 세력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9월 말 신당 창당을 마무리짓고 추석 이후부터 본격적인 총선 대비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 전 의원은 2020년 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에 대한 당론에 반대했다가 징계를 받은 뒤 탈당했다.
정의당도 오는 10월 초까지 노동·녹색 등 제3지대 세력과 연합해 ‘혁신 재창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 의원을 비롯해 금태섭 전 의원이 꾸리는 신당과는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