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 중단 이후 처음으로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불의를 위해 행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반란을 중단한지 이틀 만인 이날 오전 텔레그램을 통해 11분짜리 음성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아무도 국방부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 그룹은 7월 1일 이후로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며 반란 이유를 전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 등 용병기업에 대해 7월 1일까지 정식으로 국방부와 계약하고 활동하도록 지시했다. 프리고진은 이에 반발하며 계약을 거부했는데, 이후 공격 의사가 없었음에도 러시아 정규군으로부터 미사일과 헬리콥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이 방아쇠가 됐다.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해야만 했던 것은 유감”이라면서 “’정의의 행진’의 목표는 바그너 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다. 특별군사작전 중 실책을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고 싶었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다”며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하루만에 반란을 멈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하루 만에 1000km에 까까운 거리를 주파한 바그너의 전과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24일(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땠어야 하는지 우리가 마스터 클래스를 보여줬다”며 “이번 행진으로 인해 국가의 심각한 안보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란 사태에 대해 입을 뗐다. 그가 사태 이후 반란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밤 TV 연설을 통해 “이번 상황은 모든 협박과 혼란이 실패할 운명임을 보여줬다“며 ”무장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바그너 그룹의 지휘관과 병사 대부분이 러시아의 애국자임을 알고 있다”며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우들에 맞서도록 반란에 이용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마지막 순간에 멈춰서 유혈사태로 향하는 선을 넘지 않은 바그너 그룹 지휘관과 병사들에게 감사한다”고 회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는 말로 바그너의 빠른 진격에 대해 해명했다. 다만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이 사회에 의해 단호히 거부되고 러시아에 얼마나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지를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와 그들의 서방 후원자, 그리고 모든 국가 반역자 등 러시아의 적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동족상잔이었다. 그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서로를 죽이길 원했다“고 프리고진을 비난하면서 “모든 군인들에게 감사한다. 대단한 용기를 보여줬다”며 군인들을 치하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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