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산업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다. 원전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성 이슈와 함께 2018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가동 원전의 일부를 영구정지하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기후 위기에 맞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에너지원에 원전을 포함시키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설비는 2021년 413GW에서 2050년 812GW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중요한 에너지원이란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원전활용 정책과 함께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더해져 한국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눈여겨볼 대목이 시공 능력이다. 원자력을 시공능력을 갖춘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 등 7개 국가가 꼽힌다. 이중 한국은 3세대 원전인 APR1400 시공 경험을 갖췄다. 미국이나 프랑스 대비 50% 수준의 낮은 비용도 강점이다.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화 원전의 수명 연장 등의 정책 지원까지 더해져 타국가 대비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속도 붙은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
새 정부 출범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은 가속화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정부의 ‘탈원전’정책을 폐기하고 적극적인 원전정책을 펴고 있다. 오랜기간 중단됐던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와 신한울 1호기 건설 그리고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원전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총 25기가 상업운전 중에 있고 28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개최된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서 경쟁력 있는 원전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인력양성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소형원자로모듈(SMR)을 앞세워 차세대 원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중점 지원한다. 또 한국형 원전(APR) 해외 수주를 위한 수출대상국 규제요건 충족기술 개발, 기자재 수출 확대를 위한 수요국 노형 맞춤형 원전 기기 개발 등에 투자도 확대한다. 안전성 강화와 방폐물·해체 기술에 대한 투자도 지속해 원전산업 R&D 전반의 균형과 완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술역량 강화를 위해 석·박사급 고급인력 1000명과 학사급 전문인력 1000명 양성 등 인력 양성계획도 밝혔다.
◇글로벌 환경도 원전에 우호적
IEA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시나리오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의 발전량을 812GW로 늘려야한다고 제시했다. 이는 현재대비 두배에 이른다. 금액 규모로는 31년~35년까지 연간 약 131조원 이상이 원전에 투자되는 것이다.
미국도 2035년까지 발전부문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원전을 유지, SMR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EU도 녹색분류체계 ‘택소노미’ 보완 법률을 최종적으로 발의, 원전역할의 중요성을 확대했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레이트·이집트 등 중동 지역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 재개와 중국의 19기 원전 건설 계획이 맞물려 현재 글로벌 원전은 57기가 건설중이며 향후 추가 104기 건설이 계획됐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프랑스, 중국 등 여러 원자력 강국들은 SMR 개발 및 상용화를 계획, 글로벌 SMR 시장은 2035년까지 63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도 SMR 투자 지속…생태계 형성 기대
국내 원자력 산업도 ‘혁신형 SMR’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0년 12월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하고 2028년 인허가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형 SMR는 국내 고유 원전 기술인 SMART 원천기술을 활용해 2012년 세계 최초로 SMR형 원자로 표준 설계 인가를 받고 국책과제를 진행중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30년~2040년까지 연간 146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판단했다. 2023년부터 6년간 3992억원이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에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정책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만큼 국내 원전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