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칼럼] 런웨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글로벌 빅테크기업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트위터, 메타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자, 그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나라에도 이어졌다. 빅테크 한국지사가 최근 권고사직으로 많은 인원을 줄인 것이다. 또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규모 축소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국내 스타트업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스타트업도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스타트업계가 혹한기를 맞고 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빅테크의 구조조정과 스타트업의 구조조정은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 빅테크의 시가총액은 1000조~3000조원에 달하며, 천문학적인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탄탄한 비즈니스모델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회사의 수익성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코로나19 시기에 엄청나게 늘렸던 인원의 일부를 줄이는 것이다. 부자 몸조심하는 격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매출도 거의 없고, 당장 쓸 돈도 바닥났고, 비즈니스모델도 아직 미완성이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사업을 시작하고 상당기간 적자가 지속된다. 스타트업은 시작하는 것보다 생존하고 스케일업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매출이 없거나 아주 적다. 돈을 빌리기 위해 필요한 담보여력도 없어, 투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수익을 내고 자립할 때까지 여러 번의 투자유치가 이뤄져야 한다. 보통 1~2년 정도 운영할 수 있는 투자를 받고, 정해진 목표가 달성되면 밸류에이션을 높여서 다시 자금을 유치하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런웨이는 활주로라는 뜻인데, 비행기가 활주로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이륙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스타트업계에서는 현재 보유한 자금이 소진되기까지의 기간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런웨이는 스타트업의 생존 가능 기간을 말한다. 런웨이가 6개월이란 말은, 6개월 후에는 회사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런웨이가 끝나기 전에 다음 라운드를 준비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자금을 너무 빨리 소진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천천히 사용하면 성장 속도가 더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런웨이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활주로가 필요하다. 활주로의 길이는 비행기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을 키우고 성공적인 엑시트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액과 자금의 소진 속도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모델과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과 같이 투자시장이 경색되면 목표대로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었더라도 다음 라운드에서 자금을 확보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런웨이가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런웨이를 최대한 늘리려고 한다. 일단 사람과 비용을 줄이고 연구개발을 중단하고 신규사업을 접고, 일단 살고 봐야 한다. 버텨야 한다 등 전문가들의 조언도 쏟아진다.

런웨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매출과 이익을 늘리든지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매출이 미미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거나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신규사업이나 연구개발을 축소하게 된다. 그러면 회사의 미래가치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지게 된다.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활주로만이 아니고 유능한 조정사와 추진 동력이 있어야 한다. 버티면 과연 다시 기회가 올까.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 위대한 스타트업의 탄생을 기대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