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경기 여주시에 위치한 E-순환거버넌스 동북권자원순환센터. 이곳에는 대형 화물차가 속속 들어왔다. 화물차 짐칸 문이 열리자 안에는 TV·냉장고·에어컨 등 폐가전 제품이 가득 차 있었다.
지게차는 이 폐가전 제품을 품목별로 분류해 각각의 창고로 부지런히 날랐다. 이 폐가전 제품은 분해되기 전까지 보관된다.
이 중 TV는 큰 것은 82인지부터 작은 것은 모니터로 주로 쓰이는 20인치까지 다양한 싸이즈가 쌓여있었다. 특히 반가운 TV가 있었는데, 바로 브라운관 TV다. 현재 대부분 가정에서 브라운관 TV는 사라졌지만, 노래방 등에서 아직 사용하고 있고, 시골 가정에서 일부 사용하는 만큼, 폐가전이 돼 들어온다고 센터 관계자가 설명했다.
업체 내부는 밝고 폐가전 제품별로 정리가 잘 돼 있었으며, TV 재활용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직원들은 나사와 고정용 스크류 등을 분리하고, 어지럽게 얽혀있는 인쇄회로기판·고철·플라스틱·알루미늄 등 구성품을 떼내 종류와 재질별로 모아 분류했다. 이들 물질은 전문적으로 처리·처분할 수 있는 2차 재활용업체로 인계된 뒤 이후 재생원료로 가공돼 삼성과 LG 등 TV 생산업체로 전달된다.
TV는 부품을 분해하고 재활용함으로써 금속 자원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동북권자원순환센터는 1일 약 400대 TV를 재활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약 12만 대(약 2900톤)를 처리했다.
'전자제품등 자원순환법'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기기 재활용률 70% 이상일 경우, 제품군별 재활용 기준을 충족한다. 기본적으로 TV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기기 재활용률은 70% 이상인 셈이다.
반면, 센터는 최종 처분(소각·매립)을 제외하고 모든 구성품을 재활용하고 있어 약 95%에 달한다. 최종 처분하지 못하는 형광·화학물질, 잔해물 등은 흡착 필터 등으로 포집해 필터를 소각 또는 매립하거나, 센터가 처리하지 못하는 지정폐기물 등은 전문 업체로 인계해 처리한다.
TV 부품 재활용에 따른 기술 혁신 촉진도 기대를 모은다.
LCD·LED·OLED·QLED TV에 대한 재활용 기술개발은 환경부 국가연구과제에서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2000~2010년까지는 CRT(Cathode-Ray Tube) 위주 연구과제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LED·OLED·QLED 제품에 대한 재활용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폐기단계 디스플레이 제품에서 희유금속 등을 추출하기 위한 연구들이 계속 진행 중이다.
각종 전자기기는 현대인이 사는데 생활필수품이 된 만큼, 폐가전 제품도 급증하고 있다.
E-순환거버넌스가 확인한 국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제적 전자폐기물은 5360만 톤으로, 이 중 46.5%(2490만 톤)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다. 한국은 2017년 기준 약 67만 톤으로 보고됐다. E-순환거버넌스는 내부 추정 결과 한국의 전자폐기물은 2020년부터 약 100만 톤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올해는 100~110만 톤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E-순환거버넌스 관계자는 “최근 디스플레이 크기가 커져 수거 후 폐기단계에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현재까지는 큰 이슈 없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재활용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부품이 분석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버려지는 자원이 없도록 연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주=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