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79〉XR는 제2의 스마트폰이 될 것인가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애플의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기기 출시로 인해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XR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아우르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또는 혼합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비대면 수요 증가에 대응한 온라인 가상공간 활용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XR 기술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XR기기에 대한 흥행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XR기기 출하량은 2021년 1100만대에서 2025년 1억5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전망치는 매년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판매 수치는 2021년에 비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XR기기가 출시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플이 XR기기를 출시한 것이 분위기를 반전시킨 이유가 있다. 먼저 XR 환경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바이스가 대거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세계적인 마케팅과 공급량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XR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개발은 이러한 마케팅과 공급량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저절로 유발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을 때 개발자들은 적극성을 보이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애플의 XR 시장 진출은 관련 업체들이 이제 XR기기의 편익을 극단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제품의 출시를 서두르게 만들어 줄 만하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은 이미 XR기기라는 선도적인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해야 하는지를 어느 정도 인식할 기회를 이미 얻었다. 바로 메타의 제품 덕분이다. 현재 XR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기업은 메타다. 2020년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의 경우 가성비 높은 VR 기기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출시 반년 만에 1000만대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메타의 오큘러스는 고해상도의 하이엔드급 기기를 지향하기보다는 많은 유저들이 손쉽게 VR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다. 이 덕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VR 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이러한 초기 유저 확보는 XR 시장에 있어서도 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해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XR기기의 등장은 단순히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시장뿐만 아니라 기업간거래(B2B)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XR기기는 제조 부분에 있어 제품 개발의 편의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해 VR를 활용한 디자인 품평과 설계 검증을 하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 마틴은 나사의 달착륙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유인 우주선 오리온(Orion) 조립에 홀로렌즈2를 도입해 모든 제작과정을 시각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이미 '갤럭시 글래스'라는 상표권을 출원했다. 메타도 올해 말 차세대 XR 헤드셋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의 진출도 눈에 띈다. 샤오미는 이번 'MWC 2023'에서 무선 AR 안경 '디스커버리 에디션'을 공개했다. 구글은 XR 특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소니는 내년 중 플레이스테이션에 활용할 VR헤드셋 'VR2'를 출시할 예정이다.

열거한 XR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메타버스 가상공간은 우리의 일상, 여가, 업무 활동이 이뤄지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기존 오프라인 중심 관점으로 이루어졌던 활동들을 가상공간으로 확장될 것이다. 우리의 삶과 일의 터전이 가상공간으로 확장된다면 우리가 공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