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공동 QR규격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공동 QR규격은 시작 전부터 8개 카드사, 주요 밴사, 대형 간편결제사 등 국내 지급결제 시장의 핵심 축이 손잡으면서 기대감이 크다. QR결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꽤 성공한 결제수단이지만, 국내에서는 실적이 미미했다. 이 때문에 잠재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이 주도하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드사가 다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해외에서는 QR결제가 핵심 결제 수단 중 하나다. 특히 중국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국에서는 과거 노숙자까지 QR결제로 구걸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식당 테이블, 길가 노점상, 대중교통, 자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QR결제로 가능하다.
QR결제 장점은 대규모 인프라 투입이 필요없다는 점이다. QR결제는 휴대폰으로 흑백의 2차원 바코드를 읽어 거래정보를 식별, 온라인에 접속해 결제한다. 별도 결제 단말기가 필요한 여타 방식과 달리 대부분 휴대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장점이 많지만, 국내에서 공동 QR결제 규격이 뿌리내릴지는 미지수다. 그간 국내에서 카드사들이 진행했던 사업 대부분이 주도권 다툼으로 유명무실했다. 실제 카드사들이 QR결제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미 2019년 카드업계가 '카드사 공동 QR페이'란 사업을 추진했다. 다만 당시 규격제정을 놓고 카드사들이 주도권 다툼을 진행, 결국 두 진영으로 갈라서면서 무산됐다.
이렇다 보니 업계 종사자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경쟁자 출현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업계 공동'이란 이름으로 뭉쳤지만, 결국 주도권 다툼으로 갈라져 또한번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남아있다. 실제 카드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했던 과거 사업 대부분이 실적이 좋지 못했다.
7개 카드사가 연합해 만든 한국형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저스터치'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초기 공용 단말기 분담금 문제도 매듭을 짓지 못한 데다 삼성카드까지 빠지면서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현재 편의점에서 결제가 가능하지만 사용은 전무하다. 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 '오픈페이'는 최근 삼성페이, 애플페이에 밀려 언급도 되지 않고 있다. 오픈페이를 하는 카드사도 신한·KB국민·하나·롯데카드에 멈췄다.
지급결제 시장은 현재 춘추전국시대다. 카드사들이 주도권 다툼으로 주춤거리는 사이 스마트폰 제조사가 삼성페이, 애플페이란 이름의 결제수단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온라인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쿠팡페이 등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공동 QR결제 규격이란 또 하나의 협력 사업을 시작하지만, 카드사들의 관심은 제각각이다. 현재도 저마다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번에도 '업계 공동'이란 구호를 퇴색하면 안 된다. 카드업계가 추진하는 공동 QR결제 규격이 과거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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