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종료된 이후 일부 러시아군 고위급 인사들이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숙청이 본격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29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의 반란 이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도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여러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국방부 보도자료에서도 그의 이름이 빠졌다.
모스크바타임스가 러시아 국방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통합 부사령관(대장)이 체포 및 구금됐다는 소식을 보도한 지 하루 만이다.
두 사람 다 우크라이나 전쟁 통합사령관을 지낸 인물이다. 러시아 항공우주관 총사령관인 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부터 통합사령관을 지냈다가, 올해 1월 게라시모프가 그 자리에 오르면서 부사령관으로 밀려났다.
특히 수로비킨은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와 연관이 깊은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자신의 반란 계획을 수로비킨을 포함한 일부 고위 군 지휘관에게 미리 귀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직 러시아 국방부 공보관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라이바'는 “숙청이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숙청에 대한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없었다.
한편, 유럽연합(EU) 등 각국 정상들은 반란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더 약해진 푸틴은 더 큰 위험”이라며 “내부의 불안정성 때문에 이제 우리는 러시아를 위험으로 봐야 한다”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EU의 모든 정보기관이 현재 상황을 분석 중이라면서 “푸틴은 독점하던 무력을 잃었다. 내부적으로 '청소 모드'에 들어가고 더 단호한 노선을 취할 것 같다”고 추측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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