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세계 콘텐츠 4대 강국’ 콘텐츠 세지지원 확대에 달렸다

김연성 드라마 제작사 '위매드' 대표
김연성 드라마 제작사 '위매드' 대표

2021년 MBC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과 현재 KBS에서 방송중인 드라마 '가슴이 뛴다' 모두 세상에 선보이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것도 빠른 편이다. 요즘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는 데 적어도 3년에서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원작을 사고, 대본 집필을 하고, 기획, 편성, 캐스팅, 촬영 등 모든 과정에서 한 순간도 순탄치 않은 환경이다. 그래도 '옷소매 붉은 끝동'과 '가슴이 뛴다'는 방영될 수 있었기에 여한이 없다.

대부분 콘텐츠는 제작 과정에서 엎어지거나 심지어 제작을 마쳤는데도 편성되지 않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한때 히트작을 만들었던 제작진이라도 한 번, 두 번 실패를 경험한 후에는 재기가 어려워진다. 콘텐츠 시장이란 '실패할 결심'을 할 수 없는 냉혹한 곳이다. 그래서 이 시장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K콘텐츠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다. 해외 플랫폼 자본 유입으로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침체로 광고 시장은 역성장 중이다. 글로벌 K콘텐츠 인기로 인해 해외 판권 판매가 늘고 있다지만, 제작비가 2배로 올랐다고 해서 해외 구매 단가도 2배로 오르는 건 아니다. 수익성이 점차 줄자 방송사들은 드라마 편성 수를 줄이고 있다. 벌써 공중파 월화 혹은 수목 드라마 상당수가 폐지됐다. 제작을 마쳤는데도 편성이 안 되는 '재고 드라마'가 쌓인다. 편성이 안 되면 해외 판매도 어려워져 업계는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이대로 가다가는 드라마 제작사 대부분은 채 몇 년 버티지 못한 채 문을 닫을 것이다.

K콘텐츠에 대한 해외 시장의 열광적 관심이 반갑지만 또 두렵다. 지금처럼 K콘텐츠 제작비가 치솟아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해외 플랫폼(OTT) 사업자들은 미련 없이 '제2의 한국'을 찾아 나설 것이다. 실제 최근 튀르키예, 폴란드, 인도 등 국가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이 늘어나는 추세다. K콘텐츠는 아직 영·미 시장에서 영원한 주류는 아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 위상은 사실 정부 지원보다 창작자의 열정과 창의성, 도전 정신 등 자생적 능력이 발휘된 결과다.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통해 “원치 않았지만 강제로 세계 무대에 진출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사실 그가 실력있는 싱어송라이터와 쇼 크리에이터로서 내공을 다져왔기에 가능한 성과임을 모두가 알듯이 말이다. 하지만 지금 K콘텐츠가 맞닥뜨린 위기 상황은 창작자의 노력 만으로 극복하긴 어렵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수악성 악화와 성장 한계에 봉착한 K콘텐츠가 골든타임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정부다.

그렇기에 현 시점에서 콘텐츠 제작비용 세액 공제라는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작사 규모를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누고 각각 3, 7, 10%씩 공제해주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영미권은 최대 40%까지, 평균 20% 대로 세액공제 해주는 것에 비해 너무 적은 규모다. 또한 인적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기술력 증빙이나 기업부설연구소, 나아가 이공계 석박사 채용 등을 요구하기도 하는 데 이는 콘텐츠 산업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제도다. 콘텐츠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

홍콩, 일본 문화처럼 일시적 유행에 그치고 사라질 것인가 아님 '세계 콘텐츠 4대 강국'으로 진정 도약할 것인가. 그 기로에서 정부의 결단을 간절히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