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기조로 돌아선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현지 당국의 엄격한 '검열' 기준이 새 리스크로 부상했다. 중국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수정을 넘어 국내 버전 스토리나 캐릭터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역사와 같이 전통적으로 민감한 소재뿐 아니라 몬스터 외형과 종교 색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섬세한 이슈 관리를 요구받고 있다.
이달 20일 중국 공식 서비스 개시를 앞둔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는 지난달 말 진행한 국내 콘텐츠 업데이트에 중국 검열판이 일부 반영돼 홍역을 치렀다. 좀비, 해골과 같은 시체 콘셉트 몬스터가 어색한 사람 모습으로 교체됨에 따라 국내 이용자가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중국몽'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로스트아크 초대 총괄 디렉터 출신인 금강선 스마일게이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가 직접 사과문을 게재했다. 금 CCO가 콘텐츠 수정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용자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차후 중국 서비스 매출이 성장함에 따라 콘텐츠 업데이트 방향성에도 현지 이용자 수요와 검열 잣대가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넥슨게임즈가 개발, 국내와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중국 출시를 앞둔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판호 발급 이후 현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콘텐츠 검열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중국 정식 서비스로 인해 오히려 게임 본연의 매력이 상당 부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블루 아카이브는 앞서 지난해 국내에서도 선정성으로 인한 등급분류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에서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특정 종교나 정치 사상을 연상시키는 콘셉트 캐릭터 또한 다수 등장한다. 이용자로부터 호평받은 다양한 '밈(인터넷 유행 문화)' 요소나 다양한 서브컬처 콘텐츠 오마쥬가 중국의 깐깐한 검열을 통과하는데 있어 불확실성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신문출판서 '인터넷 출판 서비스 관리 규정' 제24조에 따라 △헌법 기본 원칙 위배 △국가 통합·주권 위협 △국가 안보 위협 △사교와 미신 선전 △유언비어 유포 △외설 선전 △음란물 △도박 △폭력 또는 범죄 선동 행위 등에 해당하는 온라인 콘텐츠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국제적인 외교 정세가 중국 당국의 한국 게임에 대한 검열 수위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며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첫 채택된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기회로 민간에서 문화적 해빙 무드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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