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발표 소식을 접하거나 적용 성공사례가 소개될 때마다 갑갑함을 느낀다. 얼마 전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 유행하더니 갑자기 챗GPT가 세상을 바꿀 것처럼 난리인 데 혼란스럽다. 가만 있자니 뒤쳐지는 것 같고 뭔가 도입을 하자니 어떤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술은 산업혁명을 일으킨 촉매제다. 산업 사회 이후 정보화 사회를 거쳐 지능화 사회로 접어 든 저변에는 기술 발전이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생활 변화 못지 않게 챗GPT가 몰고 올 변화의 물결 역시 혁명적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일반인이 기술을 받아들이는 수용 속도가 점점 빨라져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 신기술의 출현이 지대한 영향을 준다.
신기술을 탑재한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상대는 글로벌화됐다. 고객 요구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이를 따라 잡으려면 경영 방식과 기술 적용력이 바뀌어야 한다.
변화를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온 경영 방법론이나 기술 적용론을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기술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이해하고 응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 DT가 등장했다. 이 두 가지로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비즈니스 디지털 레볼루션(BDR)'이라는 방법론을 소개한다.
◇BPR : 혁신적인 개선, 경쟁력 확보의 원동력
기업은 BPR이라는 혁신적인 관리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기업 구조를 재정립하고 산업 경쟁력을 키웠다. BPR은 기업이 효율성을 높이고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사업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재설계하는 방법론이다. 이러한 전략은 효과적인 의사결정,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고객 만족도 개선을 촉진하며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BPR은 제조,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제조 산업에서는 생산 프로세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는 한편 고객 요구에 대응하는 새로운 제품 개발을 촉진시켰다. 유통 산업에서는 공급망 관리를 최적화하고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 데 기여했다. 금융 산업에서는 전자금융 시스템 도입과 통합을 촉진시키며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마이클 해머와 제임스 챔피 교수가 공동 저술한 'Reengineering the Corporation: A Manifesto for Business Revolution'을 보면 기업이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존 구조와 절차를 무시하고 새로운 프로세스로 재구성해 생산성과 성과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BPR에서 변화는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극적인 개선에 있다.
물론 BPR 도입은 모든 기업에 도전이었다. 기존 방식에 대한 저항, 직원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프로세스의 설계와 실행에 대한 노력은 적지 않았다.
이러한 BPR은 한 번 하고 나면 더 이상 안 해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사업 방식이나 경쟁 구도는 늘 변하고 있다. 많은 제품이 출시되는 무한경쟁 환경에서 기업은 한번 정한 프로세스를 계속 유지할 수도 없고 유지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적당한 시기에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을 하고 이를 시스템화 하기 위해 차세대 ERP나 새로운 시스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 DT : 디지털 기술 적용, 파괴적 혁신
DT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 요소가 됐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기업 경영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DT를 서두르고 있다.
DT라는 용어는 미국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디지털 혁명'이라는 책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경제포럼 설립자이자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클라우스 슈밥은 저서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에서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 기술 등이 정치, 경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DT가 큰 화두로 등장했다.
DT는 디지털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 프로세스, 조직 문화 등 사업 또는 조직의 모든 측면에 적용함으로써 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이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DT는 기업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변화이며 쉽지 않은 과정이다. DT를 통해 기업은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며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DT는 파괴적 혁신을 전제로 추진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IBM의 DOS 운용체계와는 달리 사용자 친화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윈도 운용체계를 개발해 DOS를 대체했다. 애플은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휴대폰과는 달리 디자인이 뛰어나고 사용하기 쉬운 아이폰을 개발해 휴대폰 시장을 재편했다. 아마존은 기존 소매업체와 달리 저렴하고 편리한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제공해 소매 유통구조를 파괴했다.
◇BDR : 기술을 사업의 중심으로 재창조
최근 새로운 정보기술(IT)이 쏟아져 나오면서 신기술을 활용해 신사업을 창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신생 기업의 경우 새로운 IT를 활용해 기존 기업과 차별화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신기술이 비즈니스 세계에 가져온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공유차량인 우버의 적법 문제로 수년간을 허비하고 있는 사이에 미국, 중국은 물론 일본도 나는 자동차인 도심항공 이동수단(UAM) 개발을 통해 공유 항공시대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발전된 형태의 AI인 챗GPT의 경우 완전히 차별화된 신산업을 만들어 내고 있어 신사업의 기회 창출은 물론 경쟁자를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금융 산업의 경우 창구업무는 물론 대출업무까지도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위해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까지 완벽하게 통합된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BDR은 신기술이 주도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기존 사업에 새로운 기술 몇 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신기술을 사용해 비즈니스 모델, 프로세스, 제품 및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정의, 재설계하는 전략적 차원의 이니셔티브로 정의할 수 있다. 전체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구조를 완전 변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혁신적이고도 파괴적인 전략이다.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 기업으로는 테슬라, 엔비디아, 오픈AI, AWS 등이 있다. 기존 사업에 새로운 IT를 적용해 기업 주력사업을 혁신한 기업으로는 GE, 월마트, 존디어 등이 있다.
BDR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업에 적합한 신기술을 발굴하고 사업에 장착할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다. 둘째,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통합해 운영하는 DT가 기본이 된다. 셋 째,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해 신속한 결과 개선 및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넷째, 사이버 보안 및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것은 비즈니스 기술 혁명의 중요한 부분이다. 다섯째, 변화하는 시장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민첩성과 혁신으로 무장한 조직으로 탈바꿈한다. 여섯째,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개인화된 제안을 생성하며 고객 요구 사항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고객 중심 체계를 만든다.
전통적인 BPR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DT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면 이제는 사업 그 자체에 신기술을 내장함으로써 새롭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BDR로 명명한다.
이경배 섹타나인 대표 kb.lee@spc.co.kr
〈필자〉이경배 섹타나인 대표는 경영학박사와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양손잡이형 전문경영인이다. 삼성그룹 최고상으로 평가되는 '삼성그룹 기술상'을 받았으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에서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 역량을 쌓았다. 삼성SDS 재직 시절 신경영과 경영혁신을 담당했고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나 리스크 프로젝트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다. 전 세계 삼성그룹 임직원이 사용하는 그룹웨어 mySingle 개발 PM, 국방개발사업과 해외개발사업, 클라우드센터사업 등을 총괄했다. 미국과 중동 주재 경험으로 글로벌 경험도 갖췄다.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를 맡아 DT 체험관 및 전 임직원 AI, 빅데이터, 앱 코딩 교육을 통해 디지털화를 선도했으며 계열사 DT 추진 및 CJ ONE 멤버십을 운영헸다. 현재는 SPC그룹의 IT 회사인 섹타나인 대표로서 해피포인트 플랫폼 사업과 스마트스토어 스마트팩토리 등 신기술을 적용한 디지털전환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