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규제, 즉 킬러 규제를 걷어내라.”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해서 이권을 나눠 먹는 구조는 철저히 타파해야 한다. 이권 카르텔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으로서, 모든 공직자는 이와 맞서기를 두려워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정 산업의 독과점 구조, 정부 보조금 나눠 먹기 등 이권 카르텔의 부당이득을 우리 예산에서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 낱낱이 걷어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보건복지부가 떠올랐다. 복지부는 현재 비대면 진료, 화상투약기와 상비약 자판기 등 각종 규제에 막혀 있는 산업군과 관련 직역 간 이익단체의 갈등 조율에 한창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한시적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는 3년을 무리없이 진행하다 최근 '재진'의 벽에 막혔다. 30일간 동일 상병이 아닐 경우 비대면 진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도에 막히면서 새 산업을 발굴해 서비스 해오던 스타트업들이 속속 사업을 종료하고 있다.
정부에서 규제샌드박스 승인까지 받은 '체킷'의 비대면 성 매개 감염병(STD) 검사 서비스는 지난달 종료됐다. 환자가 집에서 키트로 자가검사하고, 비대면 진료로 의료진에게 성병 검사 결과를 통보받는 방식이었지만 더 이상 서비스가 불가했다. 규제에 막힌 사이 미국에선 앳 홈 테스트를 운영하는 '에벌리웰', '레츠겟체크드' 같은 유니콘 기업이 나왔다.
원격 화상투약기는 10년전에 개발됐지만 직역 단체 반대로 올해에야 샌드박스 실증특례 과제로 시작했다. 샌드박스 받는 과정도 지난했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규제특례 과제를 신청했지만 3년을 기다려 지난해에야 승인 받았다.
화상투약기는 1단계 사업에 단 10곳 설치를 허용받았고, 이마저도 녹록치 않아 총 7곳에 설치됐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오·투약 위험, 개인정보유출, 지역 약국 시스템 붕괴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약사회는 화상투약기를 설치한 일부 약국을 공용도로 침범 등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 했다.
상비약 자판기는 화상투약기와 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 샌드박스 규제특례 과제를 신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샌드박스 실증사업 하나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래서는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기술은 지속 발전하고 있다. 모든 기술을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기술은 제도로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복지부는 '킬러규제'를 찾아 완화하고, 이권 카르텔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복지부 행보에 국민 편의가 달려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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