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의 슈퍼 301조 관세 조치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며 두 나라 간 무역 갈등이 촉발된 지 5년. 우리나라의 대미-대중 무역수지 차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 300억달러 이상 벌어졌다. 최근 2년 사이 격차가 급격하게 확대됐다.
대중 무역수지는 2018년엔 500억달러를 넘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6월 현재 131억달러 적자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올해 상반기 183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대미 흑자 보다 대중 적자 확대 속도가 빠르다. 대미, 대중 무역수지를 합치면 우리나라의 통상환경은 2019년 대비 부정적인 상황이다. 한미동맹 강화로 대미 수출환경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중국에서 빠지는 실적을 보충하기엔 모자라 보인다.
올해 초 산업계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정책 해제와 함께 리오프닝 효과를 예상했다. 이 같은 기대는 무역수지 적자 소식과 함께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대중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정치(미중갈등, 혐한정서)와 사회(코로나) 이슈의 영향보다는 산업 구조와 교역 시스템 재편에 따른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세계 통상질서 재편과 중국의 산업 발전 과정에서 겪어야 할 상황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산업계는 향후 중국 시장에서 과거만큼의 실적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제조 국산화 정책과 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투자처이자 시장으로서 매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 대한 착시효과가 있었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때 한국 화장품 등이 인기를 끌던 때에도 전체 중국 시장에서의 한국 소비재 점유율은 일부분에 불과했다”라며 “이제는 중국이 자급자족 형태로 공급망을 개편하는 만큼 착시효과마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시장이 초고가와 저가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중간재와 소비재 포지션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중국 이외의 다른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산업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역대상국을 성장잠재력이 높은 인도, 태평양 국가, 중동, 아프리카 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의 경제외교도 교역구조 개편 이슈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첨단분야 기술투자 지원, 전략산업과 원천기술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하반기 수출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지만 대중 수출, 반도체 편중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낙관할 수 없다”라며 “국내 생산역량 제고를 위해 글로벌 경쟁국 수준의 보조금·세제 혜택, 규제 및 노동개혁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