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챗GPT가 세계적인 열풍을 가져오면서 기술적 파급효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챗GPT는 많은 일반인들이 직접 인공지능(AI) 기술을 체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챗GPT로 인해 자신의 직업이 사라질지 등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콜센터 상담 직원·사무원·프로그래머·기자·회계사·통역사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뿐 아니라 의사·약사·변호사·리서치 통계 연구원 등 전문직까지 위태롭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표한 세부 내용은 AI 기술로 인해 각 직업군의 세부 업무 내용이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는지를 측정했다. 여기서 노출이라는 의미는 AI능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업군들 대부분이 흔히 전문직이라 부르는 영역에 해당했다. 노출도가 100%인 직업, 즉 거의 모든 업무가 AI로 대체 가능한 직업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애널리스트 등을 꼽고 있다. 엔지니어와 통역가, 작가, 번역가의 노출도도 60%가 넘는 상황이다.
사실 전문직은 복잡다기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이를 종합적으로 취합, 판단을 내린 뒤 활동하는 일을 수행한다. 결국 전문직도 반복적인 일이며,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이다. 의사 역시 환자의 임상 정보들을 모두 취합한 뒤에 어떤 질병인지를 확진하는 일을 하고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한다 할 수 있다.
회계사 역시 마찬가지다. 회계처리란 회계 기준들에 의해 정형화된 방식으로 집계 및 분류하여 정리하는 작업이다. 물론 최종 회계감사 의견을 제시하는 작업은 반드시 정형화된 부분만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 내용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정형화된 업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회계사 직업 역시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가장 먼저 대체될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들 역시 향후 10년 동안 AI 기술 등으로 인해 사라질 직업군을 700만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 숫자가 2300만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중 3분의 1 정도가 챗GPT 등의 신규 기술로 인해 자신들의 일자리가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심지어 최근 미국에서는 AI 기술을 만들어낸 IT 업계 인력들을 인공지능 기술이 내보내는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챌린저(Challenger, Gray & Christmas)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5월 AI 도입으로 인해 정리 해고된 직원은 3900명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에듀테크 업체인 체그 역시 향후 AI 기술로 인해 전체 인력의 4% 정도를 감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AI 기술로 인해 새로이 생겨날 직업은 없는 걸까요? 세계경제포럼이 세계 27개 산업 클러스터와 45개국에 걸쳐 총 1130만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803개 기업을 설문 조사를 통한 연구 보고서 '일자리의 미래(Future of Jobs 2023)'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내용에서는 가장 높은 수요가 예상되는 일자리로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 전문가로 향후 5년 동안 40% 이상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AI·머신러닝 전문가 수요도 3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교육 산업의 일자리는 약 10% 증가하여 직업 교육 교사와 대학 및 고등 교육 교사를 위한 300만 개의 추가 일자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직업이란 평생직장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바꿔야 할 대상으로 바뀌어 가는 듯하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