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이테크 기술을 일컫는 '딥테크(Deep-tech)'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지만 수면 깊은 곳에 숨어있어 보이지 않는 기술을 의미한다. 당장 성과를 알 수 없는 초기단계 기술인 만큼 성공 가능성도 낮아 민간보다는 공적 자금의 장기 투자가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챗GPT로 급부상한 오픈AI도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을 뚫고 대표 딥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딥테크팁스를 도입한 이유다. 딥테크팁스는 민간 벤처캐피털(VC)이 3억원 이상 투자한 딥테크 기업에 최대 3년간 15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과 창업사업화·해외마케팅 자금을 지원한다. 전자신문은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 분야에서 우리 생활을 혁신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딥테크 스타트업을 10회에 걸쳐 조망한다. <편집자 주>
회춘(回春), 불로불사. 모두가 꿈꿨지만 불가능으로 여겨지는 인류의 숙제다.
바이오리버트는 이런 불가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다. 시스템 생물학의 세계적 개척자인 조광현 KAIST 교수를 주축으로 소프트웨어(SW) 전문가와 시스템생물학 분야 연구자가 의기투합해 지난해 설립했다.
바이오리버트는 암세포 정상화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말그대로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다시 되돌리는 신약이다. 암 원인 물질을 찾아내 암세포를 사멸시키거나, 면역기능을 개선하는 기존 항암제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가진 항암제다.
오랜 기간 동안 세포 분화나 정상세포의 암세포로 변화, 세포 노화는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현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2년의 연구는 이런 인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섬유아세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에 성공하면서다. 역분화와 마찬가지로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고, 노화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으리라는 단초를 찾은 것이다.
바이오리버트 연구진 역시 이 분야에 수년간 공을 들였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이미 회사 설립 이전부터 10여년간 암과 노화의 리버전(복귀) 개념을 검증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특히 세포 시스템 작동원리와 약물의 작용 기작을 규명하는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서다.
최종 결과 도출 과정을 파악할 수 없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과 달리 시스템생물학을 통해 세포 내 분자조절 네트워크의 근본 성질을 분석하고 제어할 수 있는 인자를 발굴하는 것이 연구진과 회사의 당면 과제다. 매커니즘 기반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개발이 최종 목표다.
이충환 바이오리버트 대표는 “언뜻 들어보면 진화론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시도로 보이지만 항암제 신약을 개발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그동안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시각이 분명히 엿보인다”면서 “세포 형질 변화가 가능하다는 접근에 대해 아직 체계적인 방법론이나 접근 방식이 존재하지 않아 분명히 어려운 도전이나 연구된 결과로 접근하는 만큼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전에 나선 것은 바이오리버트 뿐만이 아니다. 세포 회춘 프로그래밍 경로를 해독하는 미국 스타트업 알토스랩스는 지난해 무려 3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바이오리버트는 여타 신약개발사가 AI 플랫폼에 기반한 것과 달리 매커니즘 분석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크다. 메디톡스벤처투자가 바이오리버트를 딥테크팁스에 추천한 것 역시 이러한 연구진의 차별성과 향후 성장성을 기대해서다. 메디톡스벤처투자는 지난 3월 바이오리버트에 3억원을 본계정으로 투자했다. 이 회사가 유치한 첫 외부 투자다. 투자를 주도한 정선영 메디톡스벤처투자 상무는 “바이오리버트처럼 성공할 경우 큰 파급력이 기대되지만 신약 개발과 같이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민간이 나서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여타 프로그램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공적 영역에서도 비교적 큰 규모로 R&D 투자를 지원하는 만큼 가장 적합한 기업이라고 판단해 추천했다”고 말했다.
바이오리버트는 이번 투자 안팎으로 회사의 딥메커니즘 플랫폼 '모비딕'을 통해 발굴한 암세포 신규 타깃 7개를 정상 세포화하는 선도물질 개발이 최우선 목표다.
이 대표는 “연구와 검증을 통해 타깃에 작용하는 물질을 확보해 모비딕 플랫폼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행 항암 치료의 근본 한계를 극복할 신개념 치료 기술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