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총장 방한 이후 더 격해진 ‘오염수 공방’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사흘간 방한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관한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해 직접 설명했으나, 우려가 불식되기 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심화하는 불쏘시개가 됐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IAEA 보고서를 재차 존중한다는 입장을 확인했고, 야당과 시민사회는 보고서 폐기, 방류 시점 연기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시기 결정만을 앞둔 가운데 여야간 공방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에서 우원식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에서 우원식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한국을 방문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안전성·적합성을 내세우며 다시금 힘을 실어줬다. 그는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박진 외교장관을 비공개로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IAEA 최종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도 면담을 진행했으나 입장차만 서로 확인했다.

민주당은 9일 그로시 사무총장을 만나 “처음부터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을 했다”며 IAEA 보고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면담에서 “주변국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리 결론 내린 것은 '셀프 검증'이자, 해양방류를 뒷받침하는 것만 조사한 것은 '일본 맞춤형' 조사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IAEA가 해양방류를 정당화한다면 주변에 있는 IAEA 회원국에 대한 명백한 권리 침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 연기와 다른 대안 검토 등을 촉구했다. 또 시민단체들과 함께 대국민 서명운동, 장외집회 등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야당을 향해 '괴담 정치'를 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의 방류 시점 결심과 맞물려 앞으로 여야간 정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통령실은 앞서 IAEA의 최종 보고서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대통령의 입으로 공식적 언급한 내용은 아직 없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기간동안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북한 역시 이날 IAEA 보고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IAEA의 종합보고서를 겨냥해 “문제는 상상하기도 끔찍한 핵 오염수 방류계획을 적극 비호 두둔, 조장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부당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