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급감한 2조3182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투자 건수는 스타트업 호황기 시작으로 여겨지는 2021년 상반기보다 많았다.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투자 여력이 남아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초기 투자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0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6월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116건, 투자금은 3371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욘드뮤직, 컬리, 대영채비 등 10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5월 투자금액 8214억원에 비해 58.9% 감소했지만, 투자 건수는 올해 최다를 기록했다. 10억원 미만과 비공개 투자가 67건에 달할 정도로 스타트업 초기 투자가 활발했다. 6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 '올웨이즈' 운영사 레브잇이 6월 최대 규모 투자 유치를 달성했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누적 투자금액은 2조31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7조873억원 대비 67.2%나 급감했다. 월별 투자금은 △1월 2579억원 △2월 2952억원 △3월 3427억원 △4월 2639억원 △5월 8214억원 △6월 3371억원으로, 대형 투자가 두드러졌던 5월을 제외하면 300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상반기 누적 스타트업 투자 건수 583건은 지난해 상반기 977건에 비해 40.3% 줄었지만, 2021년 상반기 512건 대비로는 13.9% 많다. 기업가치를 다시 산정하며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시리즈B 이상 중·후기 기업 대신 초기기업 투자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계와 투자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투자 혹한기 정점이 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달에도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에바와 농업 자율주행 스타트업 긴트가 각각 220억원, 16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 등 딥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VC를 중심으로 드라이파우더(미집행 투자금)가 충분한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 집행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주식시장도 상당 부분 회복되는 등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비축된 자금을 바탕으로 4~5년 후 회수를 목표로 한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