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직장에서 24번 실업급여?”…당정, ‘하한액 낮추고 부정수급 점검’

국민의힘과 정부가 일해서 버는 월급보다 더 받는 실업급여 제도를 손본다. 세후급여를 추월하는 '역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급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고, 지급기간도 조정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실업급여 부정수급 특별점검·기획조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12일 국회에서 개최한 '실업급여 제도개선을 위한 민당정 공청회'에서 하한액을 폐지하고 수급 기간을 조정하는 방안 등 근본적 제도 개선을 시사했다. 실직자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실업급여제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노동 시장의 '불공정'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최저임금을 매년 대폭 인상하고 2019년에 실업급여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게 일해서 버는 것보다 많아지며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심지어 동일 직장에서 24번 실업급여 받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고 재취업하려 노력하는 분들이 보호받는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해 최저임금 근로자 세후 월 근로소득은 179만9800원으로, 최저 월 실업급여 184만7천40원보다 적어 출퇴근 비용과 식비 등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업이 일하는 것보다 더 버는 형태가 됐다”고 밝혔다. 또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반복 수급 사례가 24.4% 증가했고, 실업급여 수급자의 수급 기간 내 재취업률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일하는 개미보다 베짱이를 더 챙겨주느냐며 비난하는 여론이 있다”며 “불공정한 실업급여 제도가 고용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도 2017년 이후 최저임금과 연동된 하한액이 빠른 속도로 상승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높은 하한액, 상대적으로 관대한 수급요건'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노동시장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당정은 하한액 조정 논의 외에도 △구직자가 더 활발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 방안 마련 필요성 △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한 행정조치 강화 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대출 위의장은 “앞으로 당정은 지속적으로 현장 목소리 경청해 빠른 시일 내 최종 개선안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선진국 사례 참고해 개선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