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문호가 개방 됐지만 유력 후보군들은 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존 인터넷은행 시장 환경이 녹녹치 않은데다, 금융당국 관련 발표도 '선언' 수준에 그치며 당분간 새로운 플레이어가 탄생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다우키움그룹은 현재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추진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사업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 관계자 역시 “인터넷은행은 신사업 추진 후보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검토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다우키움그룹 모두 그간 제4인터넷은행 유력 후보로 꼽혔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15년부터 간편결제 네이버페이를 앞세워 일찌감치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SME)를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고 시중은행들과 제휴해 통장을 출시하는 등 사실상 여·수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네이버 일본 관계사 라인은 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서 인터넷은행 시장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룹 전체가 글로벌 전역에서 핀테크에 집중하고 있다.
다우키움그룹은 2019년 키움증권을 통해 인터넷은행 인가에 도전했다. 당시 인가를 얻는 것에 실패했지만, 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있어 꾸준하게 제4인터넷은행 후보로 꼽혀왔다.
유력 후보들이 이처럼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존에 진출한 회사들로 이미 경쟁이 심화됐고, 금융당국 스탠스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 3사는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시중은행은 물론 3사끼리 경쟁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진출한 토스뱅크는 아직 적자다. 중저신용자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해 수익성을 높이기 만만치 않고, 코로나 사태 이후 차주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등 은행 위기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섣불리 진출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주 은행업 경쟁을 활성화 하는 취지에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의 신규인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가 은행업 인가를 신청하면 언제든 심사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기존 사업자의 성과와 장·단점을 인가 심사과정에서 고려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금융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이 '메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까다롭게 심사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규 사업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특화전문은행(챌린저뱅크)도입 결론을 내지 못한 것도 이들 사업자들이 인터넷은행에 나서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챌린저뱅크는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깨부술 방안 중 하나로 유력하게 거론되어왔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영향으로 도입이 유보됐다. 업계 관계자는 “챌린저뱅크 도입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터넷은행에 도전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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