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게임 시장 경쟁 약화를 이유로 인수 금지 소송을 제기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인수 작업 일시 중단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앞서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불허한 영국 경쟁시장청도 재검토 입장을 밝힘에 따라 양사간 기업합병이 최종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재클린 스콧 콜린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판사는 MS와 블리자드 간 인수 거래가 중단되도록 금지 명령을 내려달라는 FTC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게임 시장에 독과점 폐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FTC 주장이 짐 라이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대표 증언에 과도하게 의존한다고 봤다. MS와 시장에서 경쟁하는 소니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 만으로는 FTC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콜린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MS와 블리자드 합병이 로 콜 오브 듀티를 비롯한 액티비전 게임 콘텐츠에 더 많은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음을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FTC가 콘솔·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 저하를 입증하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FTC는 곧바로 항소했다. 더글라서 패러 FTC 대변인은 “합병결정을 허용하는 판결이 클라우드 게임과 구독서비스, 콘솔의 공개 경쟁을 명백히 위협하는 잠재적 가능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독려하기 위해 다음 단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리자드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1인칭슈팅(FPS) 게임 프랜차이즈 콜 오브 듀티와 디아블로,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을 개발·서비스하는 회사다. MS는 지난해 초 687억달러(약 89조원) 규모 블리자드 인수계획을 발표했다.
MS가 인수를 완료하려면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규제 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PS) 등 게임 사업을 전개하는 소니가 강하게 반발하고 미국 FTC와 영국 반독점 규제 기관 경쟁시장청(CMA)이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인수 작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공정위가 MS-블리자드 기업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MS가 블리자드 주요 게임을 자사에만 베타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낮고, 국내 점유율 자체가 낮아 경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질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소니의 본국인 일본과 최대 게임 시장으로 손꼽히는 중국에서도 합병이 승인됐다.
한편, 올해 4월 MS 블리자드 합병을 불허한 영국 CMA는 미국 연방법원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기존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CMA는 입장문을 통해 “MS의 제안을 들을 준비가 됐다”며 “불복 절차를 중단하고 제안을 먼저 듣는 편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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