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디지털전환), DTx(디지털치료제), 디지털헬스케어, 디지털웰니스, 빅데이터·AI 등은 모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다. 반면 정보화전환, 전자약, 사물인터넷(IoT), 정보데이터 등은 정보기술(IT)이라는 수식어가 숨겨져 있다. 그럼 우리는 IT와 디지털을 제대로 구분하고 있을까? IT와 디지털은 당연히 상호 높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칫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전략수립이나, 비즈니스모델링,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오류를 일으키게 된다.
개인맞춤형 화장품을 예로 들어보자. 정확도가 높은 피부측정 IT진단기기로 고객의 현재 피부상태를 측정하고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해 주는 IT기반 사업모델이다. 그러나 피부측정 IT진단기기를 우리는 디지털기기라 부르지는 않는다. 측정수치를 아날로그 눈금표시에서 디지털숫자로 표현한다고 디지털기기는 아니다.
피부측정 IT진단기기의 정확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오늘 측정한 피부상태가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피부상태는 환경이나 체질, 주생활 장소, 습관 등에 의해 변화하기 때문이다. 즉, 피부측정값의 방향, 정도와 빈도 등을 측정하는 데이터 변화 값을 확보하고, 분석해야 제대로 된 맞춤형 화장품이 탄생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 원료라도 내 피부상태에 맞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용에 있어 적정량과 적정 빈도 또한 중요하다. 이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계열 데이터다. 피부노화의 방향, 피부변화의 속도와 변화량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사용자의 환경, 심리, 습관 등에 대한 데이터가 결합된 결과에 맞는 원료가 배합된 화장품이 진정한 개인맞춤형 화장품이 된다.
이것이 IT와 디지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IT가 서비스제공자나 기업 또는 측정자 주도의 시스템이라면, 디지털은 사용자나 고객, 피측정자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시스템이다. IT가 강도와 정확성이라는 횡단면분석에 중점을 둔다면 디지털은 사용자 데이터의 변화 즉, 시계열에 중점을 두게 된다. 결국 최근 대두되고 있는 Dx, DTx 등은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복합시계열분석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DX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맞춤형을 위한 유효성 있는 데이터 확보여야 한다. 개인맞춤형이 가능한 것은 시계열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는 전제 위에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평균값이지 내 데이터는 아니다. 스몰데이터 또는 마이데이터가 빅데이터와 비교 분석될 때 개인맞춤형의 방향과 전략이 나오게 된다.
현재 정부는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 위원회를 구성, 전자정부에서 디지털정부로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DX는 디지털 정부로 전환에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검색, 발급이 가능한 '정부 24' 서비스가 주요 골자인 전자정부에서 개인 세금 알림, 희망 기관 민원서류 자동전송, 개인 공지나 알람, 시뮬레이션 서비스 등 개인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되는 것이 디지털정부의 핵심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디지털정부의 핵심 또한 개인맞춤형이라 할 수 있다.
IT와 디지털을 구분하고, 분별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최근 수많은 헬스케어 디바이스기업이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도나 편리성, 가격 등에 있어 우수 IT제품들은 많아 보이나 눈에 띄게 디지털 기반의 디바이스 즉, 데이터 중심의 제품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수백만원 하는 고가의 안마기나 치료기기들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고, 수십 년간 수행해 오던 사업모델을 디지털중심으로 전환하라고 중견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도전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혁신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스타트업에게는 기회가 된다. 차별화되고 지속가능한 시장진입과 성장을 위해서라면 고객중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DX가 스타트업 비즈니스모델에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hnawoo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