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업계와 단말기 제조사들은 갈수록 높아지는 인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증 모듈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를 통해 들여온 애플페이가 향후 다른 카드사까지 확대할 경우 인증에만 수억원이 드는 현 상황을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증 모듈화는 EMVCo와 여신금융협회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받는 EMV 인증을 비롯해 애플페이, KLSC, 은련카드 등 여러 인증을 하나의 모듈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인증 모듈화가 이뤄지면 다수 인증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인증 절차가 간소화돼 시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밴사 관계자는 “현재 여러 곳에서 진행하는 인증 절차를 하나의 모듈로 만들면 절차 간소화로 비용은 물론 시간에서 상당한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발생하는 인증 적체 현상 해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밴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인증 모듈화를 요구하는 것은 높아진 인증 비용이 자칫 영세한 밴사 사업 확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대형 가맹점들이 카드사에 카드 정산 관련 직라인 연결을 요구하고, 카드사는 기존 수수료율 조정을 주문하면서 밴사 수익은 매년 축소하고 있다. 2017년 1조1676억원이던 밴사 총매출액은 △2018년 1조1586억원 △2019년 1조921억원 등을 기록한 데 이어 코로나19가 정점에 오른 2020년에는 9794억원까지 줄었다. 이에 인증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면 영세한 밴은 인증 비용 부담 여력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가맹점에 비용 전가도 우려한다. 과거 대비 카드사로부터 받은 수수료 수익이 낮아진 상황에 5억원까지 올라간 단말기 제작·인증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선 단말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높아진 인증 비용을 반영할 경우 최소 30% 안팎의 단말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목소리에 여신협회는 인증 모듈화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나눠진 인증을 하나의 모듈로 만들면 결제 인증상 문제가 발생할 때 파악이나 책임소재 등이 불확실해 보안상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밴사나 단말기 제조사가 인증 모듈화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이미 과거에도 검토해 답변했던 상황”이라면서 “인증을 하나의 모듈로 만들 경우 단말기 결제 승인상 문제가 발생할 때 파악이 어려운 것은 물론 책임을 묻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증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은 알지만, 인증 모듈화는 사실상 불가하다”고 답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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