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변호사협회는 리걸테크 출시 초기부터 회사를 초청해 공식적인 토론 자리를 가졌다.”
일본을 방문 중인 민명기 로앤굿 대표는 일본 리걸테크 발전 배경을 대화와 합리성에서 찾았다.
민 대표는 해외 리걸테크 현황과 변협 간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일본을 방문 중이다. 지금까지 4개의 리걸테크 회사 및 로펌과 5명의 변호사를 만났다. 우리나라에 비해 10년 앞서 태동한 일본 리걸테크를 벤치마킹하고 법률 시장에 연착륙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 대표는 “이미 50% 이상의 변호사가 플랫폼에 가입해 있고 상장한 기업까지 있는 일본 법률 시장에서 '플랫폼 내 변호사 종속'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본 변협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을 갖는다. 일본 변호사법에도 '변호사와 비변호사의 동업 금지' '법조 브로커 금지' 등의 동일한 조항이 있다. 그럼에도 입장은 극명히 다르다. 리걸테크와 대화를 통해 건강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리걸테크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변호사를 징계한 사례는 전무하다.
일본 리걸테크는 순항하며 벤고시닷컴은 2015년, 아시로는 2021년 상장할 수 있었다. 현재 벤고시닷컴에는 2만명의 일본 변호사가 가입해 있다. 이는 전체 변호사 중 50%가 넘는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 리걸테크 산업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없는 수준이다. 일부 앞서나가는 분야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해외에 알려질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민 대표는 “일본에서는 예비유니콘인 로톡 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에 로앤굿이 '소송 금융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는 점을 밝히자 놀라워했다”며 “벤고시 닷컴은 해당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논의 중인 단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스쿨 도입은 일본 내 리걸테크 태동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 또한 2000년대 중반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많아지며 변호사 수임료 이슈가 발생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리걸테크라는 플랫폼 활용 및 활성화를 위한 토론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민대표는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수가 많아지며 변호사 먹거리가 줄어드는 이슈가 생겼다”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플랫폼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토론이 이뤄졌고, 일본 변협이 중립적인 심판자 역할을 자처하며 다수 변호사를 토론에 초대했기에 리걸테크가 정착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한국 리걸테크의 발전 속도는 변협의 관점 차이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합리를 추구하는 관점이 격차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민 대표는 “일본에서는 한국 규제 이슈를 듣고 '감정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공감했으나 이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공통적 목소리였다”며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 건설적 논의가 오갔던 점이 극명한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걸테크라는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에 대해 한국 변협, 법무부, 변호사의 인식이 미래지향적으로 바뀌기를 희망한다”고 관점의 변화를 강조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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