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GDP순위가 지난 해 10위에서 13위로 3계단이나 하락했다. 가장 큰 원인은 원화 가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지만, 영원히 톱 10에 복귀하지 못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한국의 GDP순위는 2005년 10위로 반짝 상승했다가 2017년까지 10위권 밖에 머물었다. 그러다가 2018년 다시 10위로 올라왔다가 2019년 12위, 2020년과 2021년 10위였다. 2005년 처음으로 10위를 기록한 지 약 17년이 지나도록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뒷걸음질 치는 형국이다. 반면에 일본은 우리보다 2.5배인 4조 2256억 달러로 세계 3위를 고수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율이 1.1%가 될 것으로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스페인과 멕시코에도 추월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GDP순위가 3계단이나 하락한 근본 원인은 우리 경제가 활력이 떨어진 데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주력 제품 수출이 곤두박질 치고 있지만 새롭게 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 동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무역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번 힘을 잃으면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며, 이러다가 중진국으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가 경제가 위기임에도 정치권은 부가가치가 없는 상호 비방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고, 노조는 갖은 이유를 들어 파업을 함으로써 국가 에너지를 낭비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원자재와 주요 장비류 등을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 중심이라 인건비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최저임금을 7년간 무려 63%나 상승시켰다 (2017년6460원→ 2024년 9860원).수출이 둔화되면 내수 경기를 활성화시켜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야 하는데 수년간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음식업과 편의점 등 소상공인 생업마저 힘들게 함으로써 내수경기 활성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최저임금 9860원은 일본의 평균 8700원보다 높고, 대만(7160원), 홍콩(6490원) 보다 월등하게 높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8번째로 높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율을 결정할 때 노동 생산성 등을 중요 기준으로 삼아야 함에도 정치적 목표나 이념적 요소를 중심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본다. 또한 지역별·업종별로 차등을 두어야 함에도 일괄 적용해 지방이나 영세 업종은 더 이상 영업을 계속할 수가 없다. 참고로 독일과 일본 등은 업종과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법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전에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할 지를 먼저 결정하도록 되어있지만 노동계 반대로 1988년 최초 시행 이후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고 한다.
어미를 잃은 원숭이 새끼가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다. 어미의 돌봄없이는 굶어 죽거나 강자들에게 잡혀 먹힌다.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해 곧 죽음에 다다른 새끼는 어느 날 원숭이들이 수련을 먹기 위해 모인 호수에 이르렀다. 호수 안에는 무시 무시한 도마뱀이 원숭이들이 호수에 들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아무도 호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어미를 잃은 새끼 원숭이가 용감하게 호수에 뛰어 들어 수련을 먹기 시작하자, 다른 원숭이들도 호수로 뛰어 들어 수련을 먹기 시작했다. 리더 수컷 원숭이가 어미를 잃은 새끼 원숭이를 무리에 받아줌으로써 새끼 원숭이는 극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의 국제적 지위는 한국 경제 실력과 동격이다. 경제가 추락하면 국제지위가 추락하고, 안보 위험은 반대로 더 커진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불사조 국가다. 경제개발5개년 계획과 같은 국가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 기적을 이룬 나라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최대 무역적자국이 되었다. 특히 이차 전지 제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 등 산업용 원자재 수입 수요가 늘고 있어 무역적자는 고착화 될 수 있다. 중국은 세계2위 거대 시장이며, 이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국가의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국민 모두가 일치단결해야 생존과 번영의 바늘 구멍이 보일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이승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