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자동차가 한국에서 처음 전용 전기차(프로젝트명 오로라3)를 생산한다. 오로라3는 르노코리아차가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는 핵심 신차다. 2024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하이브리드차(HEV)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오로라1), 2026년 초 선보일 중대형 승용차(세단·오로라2)를 잇는 순수 전기차다.
앞서 궈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프랑스 본사에서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은 그룹의 중요한 생산거점”이라며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 구축으로 미래차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고 밝혔다. 생산 규모는 연간 20만대 규모로 투자액은 1조원 이상이 예상된다.
경쟁업체인 현대차·기아 울산·화성·광명 공장 생산 규모(45만대)와 비교하면 작지만 결코 의미는 작지 않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내 전기차 관련 조 단위 투자비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기차 주도권을 놓고 겨루는 경쟁업체들도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차는 가장 먼저 움직였다. 기존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 생산하는 내연기관차는 연간 30만대다. 연간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를 미래 전동화에 쏟는 셈이다.
르노코리아차는 전용 전기차 생산을 위한 전기차 공급망 구축에도 착수했다. 최근 비공개 설명회를 열고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주요 임원진과 부산에서 생산할 새로운 전기차용 배터리 수급 방안을 논의했다.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는 “르노코리아 전기차 생산 의지가 강해 놀랐다”며 “기업당 지원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 물량을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서 또다른 한국 투자 사례가 나오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개별 기업 경쟁력으로 국한해서 기업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한국 투자가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바뀌도록 해외 완성차 업체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투자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차 전환을 지원하는 '미래차 특별법'이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팔을 걷어야 한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는 수많은 글로벌 완성차가 있다. 이들이 한국에 전기차 관련 투자를 확대하면 후방, 중견, 중소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적절한 예산, 치밀한 정책, 현장 목소리가 담긴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간 전기차 투자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투자 환경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도 전동화 핵심 기지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한국 시장 전동화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