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에 올 하반기 변화의 바람이 분다. 경형부터 대형, 슈퍼카급 출력을 내는 고성능 전기차까지 이색 신차가 모습을 드러낸다. KG모빌리티와 캐딜락 등 내연기관차 중심이던 브랜드도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올 하반기 공개가 예정된 전기차는 총 7종이다. 이달 영국 굿우드페스티벌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현대차 아이오닉5 N이 출시를 앞뒀고, 단종됐던 기아 레이 EV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KG모빌리티가 선보일 토레스 EVX가 어떤 성능과 완성도를 보여줄지에도 소비자 관심이 높다.
현대차 아이오닉5 N은 9월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 650마력의 강력한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친환경, 고효율 이미지만을 강조했던 전기차에 신기술을 집약해 운전의 재미까지 갖춘 차로 진화시켰다. 전동화 시대 고객에게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 레이 EV의 부활도 확정됐다. 3분기 출시를 계획한 레이 EV는 지난해 두 번째 부분변경을 단행한 레이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국산 최초의 경형 전기차 레이 EV는 2017년 단종됐다가 올 하반기 부분변경을 거쳐 다시 나온다. 레이 EV는 배터리와 모터 용량을 키워 기존 100㎞대에 불과했던 1회 충전 주행거리, 출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KG모빌리티는 흥행 열풍을 일으킨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 토레스 EVX를 4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400㎞ 이상 거리를 확보한다. 합리적 가격대로 신규 시장을 창출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달 11일 최신 기술을 집약한 EQE SUV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인증 기준 4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EQE SUV는 벤츠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한 두 번째 전용 전기 SUV다. 프리미엄 전기 SUV를 원하는 고객이 타깃이다.
제너럴모터스(GM) 산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은 리릭의 연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리릭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 얼티엄셀즈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첫 모델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GM 한국사업장은 올해 리릭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10종의 GM 산하 브랜드 최신 전기차를 선보이며 국내 전기차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한다.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 선구자인 아우디는 4분기 Q8 e-트론을 들여온다. 기존 국내에 선보였던 e-트론의 부분변경 모델 격이다. 디자인을 다듬고 부족한 배터리 용량을 키워 성능과 주행거리를 대폭 개선한다.
지난해 한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신생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주력 모델 폴스타2 부분변경 모델을 4분기 출시할 계획이다. 부분변경임에도 구동계를 전륜구동에서 후륜구동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신차급 변화로 상품성을 강화한다.
해마다 30% 이상씩 폭발적으로 늘던 전기차 상승세가 올 상반기 다소 주춤해진 가운데 하반기 신차 효과가 판매 상승으로 이어질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7만8466대로 작년 동기 대비 1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승용차 전체 판매 증가율 21.3%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실제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다른 해보다 소진 속도가 늦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 대다수 지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소진율은 40%대에 머물렀다. 업계는 전기차 재고 소진에 나섰다. 이달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프로모션을 내놨고, 테슬라는 중국산 모델Y 가격을 기존 미국산보다 2000만원 이상 낮춰 출시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