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3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엔데믹 이후 본격적인 대면행사로 열려 업계와 이용자들 기대감도 높았다. 한국 콘텐츠산업 위상이 높아지면서 K캐릭터의 다양한 해외 진출 성공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아기상어는 지금까지 전 세계 164개국에 진출하고 1000건 이상의 라이선싱 계약을 했다. 2022년에는 미국 시장에서 248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성과도 보였다. 미니특공대, 티니핑 시리즈를 제작한 SAMG엔터테인먼트도 동유럽 17개국 대상 미디어 배급을 계약했다. 12개국 완구 수출도 이뤄냈다.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는 이러한 K캐릭터의 잠재력을 다시 확인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비즈니스 장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K캐릭터 IP의 성장과 해외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반을 더욱 강화했다. 그 중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K캐릭터와 대기업 유통망과의 연결이었다. 성공한 캐릭터 상품 하나만을 제작하고 이를 해외 바이어에게 소개하는 것이 K캐릭터 산업 육성의 핵심 열쇠는 아닐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 중소제작사가 여러 유통망을 통해 세계 각국 시장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시야에서의 총제적인 연결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이번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행사에서 롯데마트, 카카오, 에쓰-오일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캐릭터 IP 개발과 유통에 뜻을 모았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우수 콘텐츠 IP를 발굴하고, 대기업의 국내외 유통망을 활용한 사업화와 확산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창작자를 연결해 함께 시너지를 모색하는 동반성장을 통한 K콘텐츠 해외진출 전략이다.
◇K콘텐츠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 정부·대기업·중소기업이 다함께 협력해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에는 정부와 기업이 따로 없다. 대기업과 소기업이 다르지 않다. 모두가 긴밀한 협업 방식을 함께 모색하고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K콘텐츠 수출액은 지난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133억 798만 달러(추정)에 달하며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 간 연 평균 8.5% 규모로 성장했다. 자타공인 국가 경제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류의 경제적 효과가 생산유발액 기준 총 37조원에 달한다. K뷰티, K푸드 등 한류 밀접 소비재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13.7%로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수출액의 연평균 증가율 5.4% 대비 약 2.5배 수준이다. 올 초 발표한 정부의 K콘텐츠 수출전략에서도 콘텐츠산업은 미디어, 관광 등은 물론 미용, 의료 등 서비스업과 식품, IT기기 등 제조업의 동반 성장과 수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즉, K콘텐츠 수출 성과는 한 기업이 아닌 다양한 K콘텐츠를 중심으로 인접 분야 대중소기업이 합종연횡하는 해외진출 전략을 펼쳐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K콘텐츠와 연관산업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해 해외 동반진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권역 내에서 인기 있는 K드라마에 국내 중소기업 소비재를 간접광고(PPL)로 넣을 수 있는 '관계부처 합동 한류마케팅' 사업을 주도해 김치, 김 등과 같은 K푸드부터 자세교정 의자, 시트 세탁세제와 같은 중소기업 제품까지 K콘텐츠와 동반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본 사업에서 tvN 드라마 '월수금화목토'를 통한 간접광고로 베트남 시장에 제품을 수출, 월 매출이 30%이상 상승한 유피엘컴퍼니는 “해외에서 바이어들에게 간접광고 장면을 보여주면 제품 신뢰도가 높아져 수출계약에 큰 도움이 된다”는 후기를 전했다. 한편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 한류박람회 'K박람회 베트남'을 통해 협업이 성사된 국내 캐릭터 '도우도우'와 식품제조기업 우양의 '도우도우 핫도그'가 대만 세븐일레븐, 까르푸 등에 진출하며 유통망을 확장했다. 2024년에는 대만 외에도 2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가치와 스토리텔링을 담은 K콘텐츠로 지속가능성 꾀해야
같이 나아가는 동반진출 네트워크가 K콘텐츠 해외진출의 외형이라면, 어떤 내용을 전할지에 대한 고민에도 충실해야 한다. 콘텐츠와 제품의 형식적인 융합이 성공을 즉각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와 제품에 차별성 있는 가치와 스토리텔링을 부여해야한다. 가치 소비를 주로 행하는 MZ세대는 상품 품질이나 합리적인 가격뿐만이 아니라 서비스나 제품에 부여된 스토리텔링에 따라 소비를 결정한다. MZ세대 소비자들이 SNS에서 미담으로 화제가 된 가게를 일부러 찾는 '돈쭐 문화(돈+혼쭐의 합성어로 착한 가게를 찾아 급격하게 매출을 올려주는 문화)'가 발생했던 것도 이러한 가치소비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유튜버가 있더라도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면 서슴없이 구독을 취소하는 '가불구취(가치관과 불일치하면 구독 취소합니다의 줄임말)' 현상도 가치관에 민감한 MZ세대 소비형태의 한 특징이다.
해외 한류 소비자들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고, 문화와 정서에 반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호소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제품을 구매하고 콘텐츠를 선택한다. 특히 세계 각국의 문화, 종교, 역사 나아가 정치, 경제 체계에 기인한 소비 형태와 심리는 더욱 민감하고 다양하다. 때문에 이를 고려한 콘텐츠 수출 전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많은 기업이 동반진출 외형을 갖춰 수출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드라마 자체에도 해당 문화권을 존중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담아야 하고, 드라마에 삽입된 간접광고 제품에도 해외 소비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담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도우도우 핫도그'의 사례도 단순히 캐릭터를 핫도그 포장지에 입히는 것 뿐 아니라, 덜익은 찹쌀도너츠라 팔리지 못한 도우도우가 자신을 사랑하며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스토리텔링이 해외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BTS의 세계적인 성공도 그들의 뛰어난 음악성과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사와 팬들과의 소통에 담긴 가치관이 문화와 국경을 넘어 팬들을 위로하고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치를 담은 K콘텐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각국 시장과 문화권에 대한 심층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수출마케팅플랫폼 '웰콘(WelCon)'을 통해 국가별 문화코드를 포함한 법제정보, 산업정보 등의 심층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해외진출 단계별로 어려움이 있거나 컨설팅이 필요한 경우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연간 600건 이상의 해외진출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웰콘은 보다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를 확대 제공할 예정이다. 사용자 편의에 맞춘 정보 검색이 가능하도록 체계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제는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과 그 성공사례를 논하는 것을 넘어 지금의 성공이 지속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기업의 규모와 산업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같이'하는 협업을 모색하고, 이용자 마음을 움직이는 '가치'를 함께 고민할 때, K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필자〉조현래 원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 합격 후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예술, 관광, 소통 등 전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쌓은 문화행정 전문가다. 문체부에서는 콘텐츠정책국장, 관광산업정책관, 국민소통실장, 종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성대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21년 9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