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에는 저작권 등록제도의 변경에 관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두 개가 계류 중이다.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공통된 취지는 신탁관리단체에 저작권을 신탁한 경우에는 등록이 없더라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현행 등록제도는 과도한 행정업무와 등록비용으로 인해 신탁관리단체 측면에서는 실효성없는 제도다. 현재 양도등록 비용은 저작물 1건당 수수료 4만 원(온라인의 경우 3만 원)과 등록면허세 4만 8240원으로 총 8만 8240원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경우 그 관리곡의 수가 약 600만 건에 달하는데, 이를 모두 등록할 경우 약 850억원이 소요된다. 상당한 인력과 시간, 그리고 막대한 지출이 요구된다. 그 결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경우 저작권 등록률이 1%도 채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09년과 2012년 법령 개정을 통해 신탁관리단체에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50%를 감액해주는 혜택도 있었으나, 일반인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현재는 폐지됐다. 수수료보다 큰 금액인 등록면허세를 감면해준 경우는 없다. 다만, 저작권 등록면허세율을 1건당 1만 200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긴 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신탁관리단체의 저작권 등록실적이 늘지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작권을 신탁하면, 저작자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저작권 및 장차 취득하게 되는 저작권을 신탁재산으로 신탁관리단체에 이전하고 신탁관리단체는 그 저작자를 위해 저작권을 관리, 이로 인해 얻어진 사용료를 저작자에게 분배하게 된다. 그런데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재산권의 양도는 이를 등록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는 권리변동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선의의 제3자(예컨대 이중양수인)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신탁관리단체가 저작권을 이전받았으나 막대한 비용과 행정부담으로 인해 그 양도사실을 등록하지 않는 일반적인 관행을 노린 것이다. 따라서 대항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허점을 노려 영화제작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제작사 등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조건으로 이중양도 또는 매절계약을 체결해 저작자 권리를 선취(先取)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매절계약의 폐해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험과 협상력을 지닌 신탁관리단체가 여전히 저작권을 관리한다면 저작자는 언제든 정당한 저작권사용료 수익은 보장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저작권의 양도등록에 대항력을 인정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 저작권법 제정 당시부터 등록을 저작권보호의 조건으로 하는 전통을 갖고 있던 미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다. 대항력제도는 일본의 1899년 구저작권법에 있었던 것이 우리나라의 1957년 저작권법을 거쳐 현행 저작권법에 이어져 온 것이다. 그 취지는 저작권의 양도 시 제3자의 보호를 위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처럼 공시방법으로 등록을 대항요건으로 한다는 것이다. 무체재산권인 저작권은 유체재산권인 부동산물권이 아니며, 특허권과도 달리 등록을 전제로 하지 않고 창작사실에 의해 발생하는 권리다. 등록제도 자체가 저작권 법리적으로 낯선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등록제도를 두고 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우리 법에 남아있는 일본 법의 잔재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 등록제도를 한꺼번에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국가의 허가를 받아 다수 저작권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신탁관리단체에 대해서는 등록 없이도 제3자 대항력을 인정해주는 입법자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안효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