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5대 중점분야를 정해 실행력 강화를 추진하지만 원격지개발·유지관리요율 등 주요 분야 이행률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SW 업계 수익성과 직결되는 분야인만큼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W 사업 5대 중점분야…원격지개발·유지관리요율 '요지부동'
정부는 2020년 전부개정된 SW진흥법이 시행 된 후 제도 현장 안착과 실행력 강화를 위해 공공SW사업 5대 중점분야를 점검하고 공표했다. 이행률이 높은 발주처는 우수 기관으로 선정해 독려하고 발주처로 하여금 이행률 수준을 점검해 직·간접적으로 실행률을 높이는 계기를 삼기 위한 목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상용SW직접구매 △적기발주 △원격지 개발 △상용SW유지관리대가 △과업심의위원회 등 공공SW사업 5대 중점 분야 이행 점검 결과 지난해 원격지 개발, 유지관리요율 등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원격지 개발은 사업자가 제시한 장소에서 SW개발사업을 수행하는 제도다. SW산업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공공 원격지 개발 실시율은 지난해 22.3%로 전년도(22.1%)에 비해 0.2% 포인트(p) 상승했다.
유지관리요율은 상용SW 적정 가치 인정을 위한 주요 제도다.
유지관리 요율이 20%면 발주처는 100만원짜리 SW 구매시 20만원(20%)을 해마다 유지관리비용으로 사업자에 지급해야한다. SW 산업이 지속발전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그동안 공공은 민간에 비해 낮은 유지관리 요율을 책정해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유지관리요율은 평균 12%로 전년도(11.2%)에 비해 0.8%p 올랐다.
상용SW직접구매도 큰 차이가 없었다. 직접구매는 SW 단가 인하를 방지해 상용SW가 제값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직접구매율은 지난해 47.5%로 전년도에 비해 1.7% 상승하는데 그쳤다.
적기발주(SW사업 적정 사업기간 보장)와 과업심의위원회 구성(공정한 과업변경 위한 심의위원회)은 지난해 64.9%, 90.3%(이행률)로 전년도 대비 각각 25.4%p, 11.1%p 상승했다. 원격지 개발과 유지관리요율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원격 개발, 논의만 반복…발주처 의지가 관건
원격 개발은 2010년대 후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본격화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발주처는 보안 등을 이유로 지역 상주를 요구했다. 사업자는 대부분 서울·수도권에 밀집했다. 발주처가 위치한 지역에 내려가게 되면서 직원 지역 체류, 지역 전문 인력 채용 등 비용·구인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 상황까지 겹치면서 원격 개발 요구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도 지속된 업계 요청에 따라 2020년 SW진흥법 전부 개정시 '국가기관 등의 장은 SW유지·관리를 제외한 SW사업을 발주할 때 SW사업자가 사업수행 장소를 제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담았다.
공공 원격 개발 이행률은 여전히 낮다. 지난해 원격지 개발 실시율은 22.3%에 그쳤다. 정부는 원격 개발 기준을 '수주기업 사무실'과 '발주기관 내외부(병행)'까지 확대하면 40%대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중견 정보기술(IT)기업 대표는 “발주기관 외부라고 하더라고 인근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진정한 의미 원격 개발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는 발주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공공 가운데 원격 개발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많다. 지난해 이행현황 점검 결과 강원도, 경기도 과천·광명·광주·구리·남양주시 등 주요 지역과 경상남도 창원시, 경상북도 경주·구미·안동시 등은 원격개발을 시행했다. 강원랜드, 우정사업본부,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공에서도 원격 개발을 적극 시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우려하는 보안 사항은 가상화 등 기술 발달로 많이 보완 가능해졌다”며 “영역을 나눠 비핵심 분야는 원격에서 개발하고 보안 등급이 높은 시스템은 발주처에서 개발하는 등 차등을 둬 관리하는 것도 가능한 만큼 발주처 전향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SW 사업 품질…발주처 노력 동반돼야
상용SW유지관리요율은 SW '제값받기'와 직결되는 분야다. 오라클, SAP 등 외산 SW는 평균 20% 중반대 유지관리요율을 책정받는다. 국산 SW 요율은 절반 수준인 12.0%(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7년 국정현안점검도정회의에서 SW 유지관리 요율을 2022년까지 20%로 높여 업그레이드 비용을 포함하고 외산 SW 요율과 격차를 줄인다는 내용을 담은 혁신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지난해 요율은 전년도에 비해 0.8% 포인트 상승에 그치는 등 정부 목표치에 비해 상승세는 더디다.
업계는 공공 SW 사업 품질 문제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유지관리요율 뿐만 아니라 5대 중점 분야 전반에 대한 발주처 노력이 동반돼야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업심의위원회는 공정한 과업변경을 위한 필수 제도로 꼽힌다. 발주처는 과업범위 확정·변경 시 과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야한다. 지난해 과업심의위원회 이행률은 90.3%로 5대 중점 분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년도 79.2%(구성률)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업계는 과업심위윈회가 요식행위로 그쳐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업심의위원회를 개최하더라도 발주처마다 위원회 인원· 자격 등이 다르고 위원회 개최에만 의미를 두는 경우도 많다”며 “위원회를 통해 과업범위 변경 논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실질적 부분도 점검시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공공SW사업 적정 사업기간 보장을 위한 '적기 발주' 제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행률은 64.9%로 전년도(39.5%)에 비해 급증했다.
중소SW기업 대표는 “적기발주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3·4분기에 발주가 몰리는 사업이 많아 기업 부담이 하반기에 집중된다”며 “1년단위 사업은 되도록 연초에 대부분 발주돼야 기업 부담도 덜고 적시에 원하는 품질·수준의 시스템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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