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공학도를 위한 탐구와 호기심

김동호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재무상임이사)
김동호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재무상임이사)

“전하(전기량을 가진 입자)는 전기장을 방출하고, 움직이는 전하는 자기장을 생성한다.” 전자기학에서 배우는 기초 이론이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전자기장 또는 전자파는 대략 138억년 전 빅뱅으로 탄생한 우주와 거의 동시에 태동했을 것이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전자파에 대한 인류 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자기장 인지설 가운데 하나는 양치기 신발의 쇠못을 자철석이 잡아당긴 일화로, 양치기와 자철석 그리고 그 지역의 이름이 모두 자석의 어원이 됐다 한다. 또한 호박(琥珀)이 고양이 털을 잡아당기는 현상을 통해 고대 그리스인은 전기장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상에 대한 관찰과 탐구의 시대로 부를 수 있겠다. 이를 바탕으로 전자파에 대한 인류 인지의 역사는 대략 3000년 남짓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전자파 존재의 역사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길이가 아닌가 싶다.

그런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약 12세기경 지구의 자성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 나침반을 항해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16세기경에는 현대의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앞선 관찰과 탐구의 시대에서 이해와 응용의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약 2만㎞ 상공의 인공위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 장치를 스마트폰 공간 중 아주 일부만을 할애해 들고 다닐 정도다. 지도를 펼쳐 놓고 길을 찾던 시절에 비하면 기술 발전 속도와 수준은 경이롭다. 더욱 놀라운 것은 GPS 기능 외에도 스마트폰에 탑재된 블루투스, 이동통신, 무선인터넷, 생체인식 등 기술들이 우리에겐 당연한 일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경이로운 발전의 출발점은 과연 어디일까. 바로 전자기학적 호기심과 이해도 확장에 있다.

우주는 일반적으로 진공으로 간주된다. 빈 공간이란 뜻이다. 하지만 지구에서 몇 만 광년이나 떨어진 별이 발산하는 빛도 우리는 볼 수 있다. 이는 19세기 스코틀랜드 과학자 맥스웰이 전 우주를 지배하는 전자파 방정식의 빠진 조각 하나를 찾은 덕분이다. 맥스웰은 당시 이미 알려진 전자파 방정식에 단 하나의 수식항만을 추가함으로써 시간적으로 변하는 전기장은 자기장을 만들고, 다시 그 자기장은 전기장을 만든다는 우주의 전자파 지배 방정식을 완성했다. 이 또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탐구와 이해의 확장을 통한 결실이다. 그와 선대 과학자들 덕분에 현대의 우리는 해와 달과 별빛이 보이는 이유를 이해하고, 나아가 블랙홀의 존재까지 증명할 수 있다.

공학적 관점에서 본 기술발전은 지난 몇 백년에 집약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갈수록 가속되는 발전 속도 때문인지, 우리의 관심은 상당부분 눈에 보이는 경쟁과 성과에만 집중돼 있다. 최근 대학들의 학과 및 학과명 개편이라는 급류 속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급변의 시류가 학생들의 진학과 진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적잖은 걱정까지 든다.

필자가 평생의 업으로 전자기학을 선택한 이유는 우주를 향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탐구와 이해의 확장이 공학적 응용, 나아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학문적 특성 때문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상용 및 군용 안테나를 비롯해 차세대 레이다, 메타표면 기술에 이르는 다양한 연구 원천 또한 호기심과 이해의 확장에 있다.

인간은 두 발은 땅을 딛고 서 두 눈은 하늘을 바라보는 존재라 했던가.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공학적 성과를 향한 발걸음은 언제나 새로운 지식과 이해의 확장을 지향하는 눈길로부터 시작된다. 성과는 이해의 결실이고, 이해는 호기심의 산물이며, 호기심은 태초부터 인류에게 전해져 온 선물이다. 현대 공학도들이 성과와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본능적 호기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새로운 발전 시대를 위한 시발점이다.

김동호 세종대학교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재무상임이사) dongkim@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