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내린 폭우로 잠시 정쟁을 자제했던 여야가 국회 일정을 재개한다. 수해 책임론은 물론, 폭우 후폭풍으로 '4대강' 논란이 다시 점화된데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과 관련한 교권 침해 문제, 노란봉투법 처리 여부 등 여야 견해차가 큰 쟁점 현안들이 줄줄이다. 7월 임시국회 막판까지 여야간 대격돌이 예상된다.
국회는 25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26일 국토교통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27일 본회의, 28일 교육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등을 연이어 개최한다.
우선 수해 관련해서 책임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사건을 인재로 규정하며 정부·여당을 향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야당 차원의 재난방지 예방 패키지 입법도 추진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위기를 각자도생에 맡기는 위기 관람 정부”라며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위기관리 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힘은 정부·여당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책임 소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수해 봉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은 모든 재난과 관련한 책임이 당연히 있다”면서도 “개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인지는 조사해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해 관련 책임공방은 행안위 전체회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야는 25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경찰청, 소방청 등 재난 대응 관련 부처를 출석시켜 잇따른 폭우 피해에 대한 대책과 대응 과정 등을 촘촘히 따져볼 계획이다. 특히 충북 청주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로 인명피해가 컸던 만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국토위 전체회의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현안 질의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출석한다. 백지화를 깜짝 선언한 원 장관을 향해 고속도로 사업 종점 변경에 대한 민주당의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해와 관련한 대책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4대강 보 해체 감사결과 관련 논란도 예사롭지 않다. 환경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 맞춰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존치'를 선언했다. 사실상 지난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야당은 4대강 보 해체 감사를 이른바 '정치감사'라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본회의에서는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등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안건들의 처리 여부가 관건이다. '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절차를 또 다시 반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양당 원내대표과의 회동에서 “본회의에 들어와 있는 노란봉투법과 방송관계법 처리는 그동안 했던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같은 전례를 가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28일 교육위원회에서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교권 침해' 여부를 놓고 여야가 집중 질의할 전망이다. 교권 실추가 진보성향 교육감들에 의해 도입된 '학생인권조례' 때문인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힘은 폭력 학생과 피해 교사를 즉각 분리 조치하고, 도 넘는 교권 침해를 생활기록부에 작성할 수 있도록 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같은날 환노위에서는 물관리 일원화를 놓고 여야 공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수자원 관리는 환경부가 주무부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놓고도 여야가 이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인사청문회를 열었으나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채택 시한인 24일까지 보고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마저도 불발되면 대통령이 곧바로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