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묻지마 보조금'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기 화물차 보조금 지급 사업'의 내년 예산과 보급 대상을 각각 올해 대비 15%, 1만대 늘린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은 지난 국회에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예산이 대폭 삭감된 바 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4일, 본지가 파악한 환경부의 내년도 전기 화물차 구매 보조금 사업 예산(안)은 6900억으로 올해 6000억원 대비 15% 증액됐다. 보조금 지원 대상은 올해 5만대 보다 1만대 많은 6만대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전기 화물차 국비 지원금은 1150만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내년 전기 화물차 구매 보조금은 서울시 기준 약 1500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소상공인 등 특별지원 대상은 국비 보조금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 보조금으로 받게 된다.
환경부가 계획한 6만대는 지난해 기준 국내 1톤 화물차 등록 대수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예산안이 오롯이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국회를 중심으로 사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 화물차 보급 사업은 환경 개선 효과, 충전소 보급, 차량 품질 개선 등 측면과 궤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가 발간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전기 화물차 구매 보조금 사업으로 인한 경유차 대체 효과는 2.7%에 불과하다. 전기 화물차 100대가 보급될 때 폐차하는 기존 경유 화물차는 3대도 안 된다는 의미다.
환경부가 기존 보유 차량의 폐차 여부 상관없이 신차 구매 시 보조금을 일괄 지급하고 있어서다. 전기 화물차 보조금이 묻지마 보조금으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 전기 화물차의 주행거리는 200~240㎞ 안팎이다. 배터리 전압은 330V로 전기승용차의 60% 수준에 그친다. 100kW 급속 충전기로 충전시 속도가 일반 전기승용차 충전속도의 50%~60%에 불과하다. 주행거리가 짧지만 주행빈도가 많은 화물차 특성으로 인해 충전기 점거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보조금을 노린 중국산 화물차 또한 대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전기 화물차의 배터리에 이어 완성차 시장까지 중국 업체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모두 차량가격 대비 과도한 보조금과 관리부실 문제를 감안해 전기 화물차 보조단가와 지원 물량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올해 전기 화물차 보급 사업 예산은 77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삭감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산 배터리와 완성 화물차의 국내 시장 진출 사례가 크게 늘었다”면서 “보조금 지급 대상과 조건의 세분화, 충전소 확대 등 전기차 산업과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제도 설계를 고려해야 예산 투입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은 재정 당국과 협의중으로 아직 확정이 아니며 7월 현재 국산 전기차 등록 비중이 97%에 이른다”면서 “내년 국내 제작사도 성능 개선 차량 내놓을 계획으로 알고 있다. 전기차의 기술·성능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조금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환경부, 내년 예산 6900억 책정…작년 국감 '보조금 과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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