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자료를 무더기로 공개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국토부) 측의 설명을 반박했다. 이들은 자료 공개로 인해 국토부의 거짓말이 드러났다며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거짓 해명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23일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고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나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된 자료를 대거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총 4개 주제, 22개 세부 분야의 사업 관련 자료 55건으로 구성 돼 있다.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두물머리 이용객 등의 교통량 분산을 위해 추진해왔다. 2021년 발표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에 따르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2022년 2월에 나온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도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발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해당 고속도로의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돼 발표됐다. 이 과정에서 강상면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 보유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종점이 변경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 상황이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에 양평군이 제시한 노선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양평군이 제안한 양서면 종점안+강하IC설치 노선에 대한 분석이 어디에도 없다. 양평군이 제안한 3안 노선, 중간을 가로지르는 노선에 대한 분석도 없다”며 “용역사는 사실상 양평군이 제안한 3가지 노선 중에 사실상 강상면 종점 노선만 선택적으로 분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강상면안'의 경우 사업비가 대거 증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대안 노선의 사업비가 원안보다 15% 이상 늘어나면 타당성 재조사를 다시 밟아야 한다.
민주당 측은 “용역사가 2022년 11월 국토부에 제출한 중간보고서에 명시된 노선별 총사업비는 원안이 약 1조 7695억원, 대안이 최대 약 2조 590억원”이라며 “노선의 55%가 바뀌고 예산도 2,895억원이 증가(16.4%)한다”고 지적했다. 강상면안이 노선 변경 대상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주당은 해당 사업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기와 겹치는 만큼 이에 대한 자료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사항, 장·차관에게 보고했던 내용 등을 요구했는데 이는 오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모든 자료를 공개했다는 건 부분적인 해명일 뿐”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공개된 자료에는 강하IC 설치 시 L자로 꺾인다는 노선도가 없다는 점 △국회의 자료 요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던 자료들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점 △용역 보고서 내 서울-춘천 고속도로 연결을 암시하는 내용 포함 등에 지적했다.
민주당은 원 장관 등 정부 측의 사과와 원안 추진에 대한 약속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최 의원은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라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고속도로 추진 백지화를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 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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