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교통 사고를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논란이다.
도로교통공단의 발표 현황에 따르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지난 2019년 567건에서 2020년 483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523건으로 다시 늘었다. 또 최근 어린이와 교사가 스쿨존에서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전국에서 연이어 발생하면서 민식이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라온로드 강병기 부사장은 “CCTV 감시나 단속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사고 발생 전에 여러가지 전조가 있다. 학교 주변의 교통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전조 증상을 발견하면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트윈 기반 관제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디지털트윈 기반 관제시스템이 더욱 발전하고 늘어나면 향후 스마트 시티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라온로드는 교통 관련 데이터 수집·분석 특화 기업으로, AI 기반 스마트 교통시스템, 스마트교차로, 스마트횡단보도, 스마트CCTV, 디지털트윈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5년간 3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제7차 국가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계획은 도로, 건물, 하천 등 개별 디지털 트윈을 도시·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으로 연결·융합하고 자동 갱신되도록 데이터 연합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라온로드는 이와 관련된 기술과 특허를 다수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수차례 관련 사업을 진행한 바 있어 각계의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강 부사장은 이 계획이 진행되면 향후 공간·도로 교통과 관련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신 생태계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강 부사장은 “다른 산업군도 데이터를 활용해 신사업을 하고 있다”며 “교통분야 역시 교통 흐름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열릴 것으로 본다. 라온로드는 그 세계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4일 강 부사장과 라온로드의 현재와 청사진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라온로드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라온피플에서 분사한 라온로드는 AI 기반의 스마트교통 시스템, 스마트교차로, 스마트횡단보도, 스마트CCTV, 디지털트윈시스템 등 교통 데이터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우선 스마트 교차로는 AI 영상 분석을 통해 차량과 보행자, 교통상황을 검지하는 시스템으로 이미 안양시와 화성시, 성남시, 광양시 등 전국 주요 도시 400여개소에 설치·운영 중이다.
또 횡단보도를 자동차용 신호와 연계해 신호를 유지하거나 변경하는 지능형 교통시스템인 스마트 횡단보도는 세종시, 부산시, 완주군 등에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외에도 한국도로공사의 '국도 지능형교통시스템(ITS)사업'에서 돌발검지 관련 3400개 채널의 2차 검증을 진행했고 2020년부터 3년 연속 AI 학습 데이터 구축사업을 주관하거나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AI 반도체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 분석에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하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가성비 높은 성능을 보여줄 수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AI검지 성능이 매우 뛰어난 것 같다. 개발 노하우 등을 알려 줄 수 있나.
-모 회사인 라온피플이 AI비전검사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라온로드로 분사하기 전인 2019년부터 교통 분야에 AI 검사 기술을 적용하다보니 경험적·기술적 노하우가 많이 축적됐다.
야외에서 차량을 검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빛과 날씨, 먼지와 바람 등 환경적 요소로 인해 오검지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황에 맞는 데이터를 학습시켜 오류를 낮추고 정확도를 높이는 경험적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시스템의 경량화 기술이 중요하다. 우리 제품은 타사대비 리소스 사용량이 50~60% 수준이며, 성능개선을 통해 서버 한 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가공하는 작업을 거쳐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제7차 국가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트윈이 이슈로 떠올랐다. 디지털 트윈은 무엇인가.
-실제의 공간을 가상의 세계에 똑같이 구현한 것이 디지털 트윈이다. 도로의 흐름을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현실에서 불가능한 다양한 실험을 실제처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현실에 반영할 수 있다.
예컨대 자주 막히는 구간이 있다면 그곳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가상 공간에서 미리 테스트한 후 현실에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실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다.
실제 차종과 차량의 위치 정보를 파악해서 지도 위에 매핑하면 위성에서 보듯 차량 이동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디지털 트윈의 기본 모형이다. 이후 도로에 차들이 어떻게 다니는지 패턴을 학습시키면 현실의 도로 정보를 변경해도 차량이 현실과 비슷하게 움직이게 되고 디지털 트윈을 통해 선행학습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교통분석시스템(TAS)과 교통운영시스템(TMS)을 합쳐 디지털 트윈 기반 관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 관제 시스템의 장점은 무엇인가.
-스쿨존 사고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사고를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단속을 강화하지만 능사는 아니다. 사고라는 것은 언제나 전조가 있지만 그것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스쿨존 사고는 버스가 자주 불법 우회전을 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만약 그 장소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을 수도 있다.
또 장마와 태풍, 우천으로 인한 도로 침수의 경우에도 폭우가 쏟아지는데 갑자기 차량이 서행하거나 차량이 한 대라도 멈춰 있으면 스마트 교차로에 설치된 카메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해 빠르게 침수 상황을 판단해 전파 할 수 있다.
이런 디지털트윈 기반 관제시스템이 더욱 발전하고 늘어나면 향후 스마트 시티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현재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판단하는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그런 시스템이 개발 가능한가?
-현재 AI 반도체를 이용해 엣지 영상 분석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관제센터까지 모든 정보를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분석해 결과값과 이벤트값만 관제센터로 보낸다. 데이터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볍고 빠르게 송수신이 가능하며, 긴급상황에 대한 빠른 판단과 대처가 가능해진다.
특히, 이 제품은 국산 AI 반도체를 이용해 기존 GPU를 활용한 제품보다 가성비가 좋다. 하나의 영상에서 여러 가지 데이터를 뽑아 내는 복합검지가 가능하며, 전력소모량이 적어 발열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내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조달청에 납품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라온로드의 기술에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아세안 10개국의 교통관련 공무원들이 우리나라로 연수를 왔다. 그 중 ITS가 가장 발달한 싱가포르 교통 공무원이 안양시를 견학하다 라온로드의 시스템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후 싱가포르 교통 공무원과 AI기술과 솔루션에 대한 문의와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또 최근 ITS 유럽총회에 참석했는데 6개 차로까지 카메라 한 대로 95% 이상의 교통량을 수집하는 기술을 선보였더니 모두 놀라워하며 스마트 AI 교통솔루션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현재 준비하고 있는 기술과 사업 등 해외 진출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온로드의 미래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금융이나 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신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 역시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의 경우 로컬 다이나믹 맵을 통해 도로 주변 장치와 전방 도로 정보를 계속 받아야 한다. 이 때 필요한 데이터의 종류와 양이 많다. 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커넥티드 카 등 모빌리티 관련 다양한 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대부분 교통의 흐름과 관련된 데이터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 판매하는 생태계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온로드는 이 새로운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 교차로와 횡단보도사업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영역에서 나오는 로우 데이터를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라온로드는 이 로우 데이터를 생산하고 필요한 사업자에게 맞춰서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스마트교통 시장을 점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해외에서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 기자 slle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