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산소공급은 선택 아닌 필수

김산 산부인과 전문의
김산 산부인과 전문의

지구대기는 질소 78%, 산소 21%로 구성돼 있다. 산소는 바다에서 75%, 나머지 25%는 나무에서 만들어진다. 우리가 바다와 숲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산소농도가 20.3% 이하면 메스꺼움을 느끼게 된다. 산소농도 1% 내외의 미세한 차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는 입원실에서 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병이 낫기도 한다. 학교에서 오후 시간에 조는 학생이 많다면 산소부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인류에게 산소는 그래서 중요하다.

산소는 신생아 두뇌 성장발달에도 영향을 끼친다. 출생 시 태아의 뇌는 성인의 25% 수준인 350g이지만 3년 후에 1000g까지 성장한다. 그때가 뇌 성장 발육의 최적기이기 때문에 최소한 3년은 산소공급이 필요하다는 건 정설이다.

특정 집단에 실시간 산소농도 수치를 보여주며 산소가 충분하게 공급된다는 내용을 알리면 그렇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 컨디션이 더 빨리 회복되는 듯한 플라시보 효과를 경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산소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해야 할 곳이 바로 산후조리원이다. 신생아 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산소공급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며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는 필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관리에 산소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갑갑해도 아무런 표현을 할 수 없는 신생아에게 산소농도가 적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산모 입장에서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특히 신생아실은 밤이 되면 출입이 드물어 그나마 문을 여닫을 때 들어갈 수 있는 산소마저 공급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후조리원의 냉난방 및 환기와 관련된 주요 장비는 시스템에어컨, 공기청정기, 환기시스템 등이다. 시스템에어컨은 실내기 여러 대와 실외기 한 대로 구성돼 있다. 냉방 또는 난방을 책임지지만 환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장치로 이 또한 환기와 무관하다.

산소와 관련된 환기시스템은 실내의 오염된 공기와 실외의 공기를 맞교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외 공기가 실내로 들어올 때 필터를 거치면서 미세먼지 등을 제거한다. 다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실내의 배출 열을 유입되는 공기에 적용하므로 열회수형환기시스템 또는 전열교환기라고 부른다. 아무튼 환기를 통해 산소가 포함된 공기를 가지고 오지만 그때 산소의 농도는 실외 산소농도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즉, 실외가 도심이면 20.6% 수준이고, 그 이상의 산소는 실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때문에 인위적으로 산소공급을 늘려주는 산소공급시스템이 필요하다.

환기시스템과 산소공급시스템은 그 역할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산후조리원은 환기시스템이 캐나다산이다, 독일산이다, 열회수형이다 등을 언급하며 산소공급이 적절하게 공급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어떤 국가의 환기시스템도 실내 산소농도는 실외 산소농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제는 산후조리원 선택기준이 신생아를 위한 충분한 산소공급 유무가 중요한 필수 사항이 돼야 한다. 신생아의 입장에서 답답한 공간에서는 숨쉬기가 불편한 것이 사실이며, 아무 표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잠만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산모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후조리원의 신생아실의 산소공급시스템 설치를 법적 의무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소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실시간 산소농도 수치를 나타내어 주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제는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산소공급시스템은 선택의 기준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김산 산부인과 전문의 obgy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