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2000~3000만원짜리 키오스크를 들이기에는 소상공인 부담이 큽니다. 면제 조항을 넓혀야 합니다.”
한 소상공인의 발언이다. 내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한 일명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오프라인 주문·결제 현장에 의무화된다. 바닥면적이 약 15평(50㎡) 미만인 소형매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 오프라인 유통가는 장애인 접근성을 높인 키오스크를 도입해야 한다.
장애인이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가진 사람은 없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장애인 접근성을 높인다는 목적을 쫓다보니, 현재 시중에 등장하는 대부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높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거나 휠체어 등 진입을 수월케하는 물리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시범사업에서 이 같이 한눈에 봐도 일반 키오스크와 다른 형태 비주얼을 강조한 제품 위주로 채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기능을 붙여넣다보니 당연히 가격은 치솟는다.
앞서 언급한 소상공인 우려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지금 배리어 키오스크라고 등장하는 제품들이 현장 상황에 비해 기능이 과하고 고가라는 걱정이다. 정책과 사업이 하드웨어 중심으로 가다보니 무리가 뒤따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업이 시작되면 도입 비용을 낮추려는 점주들은 곧 비슷한 기능에 낮은 가격을 자랑하는 중국산 대체품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사업이, 외국 기업에 시장을 활짝 열어주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 손에 쥘수 있고 화면과 음성이 출력되며 누구나 가진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이 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몇 가지 기술적 장치를 갖춰 소형 키오스크에 붙은 기능들을 휴대폰으로 바로 옮길 수 있다면, 도입 비용도 줄이고 정책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이미 관련 법에서 바닥면적 50㎡ 미만인 곳에는 이 같은 방식을 허용했다. 기준을 바닥면적이 아닌 소상공인 같은 매출 규모별 분류로 잡는 것을 검토해 봐야 한다.
꼭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도 키오스크는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 결제 중심이 될 것이다. 최근 저출산 기조에 최저임금이 상승한 여파로 사람을 쓰지 않는 무인(無人) 매장이 늘어나는 것에서 이 같은 전조가 읽힌다. 내년부터 시작될 배리어 키오스크 도입이 이런 현상을 당길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사회적 비용을 아끼고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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