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길 위의 미술']예술가들의 블루컬러

김미경 케이씨글로벌(Artspace KC) 대표
김미경 케이씨글로벌(Artspace KC) 대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미술은 예술로 인정받게 됐고, 미술가가 예술가로 인정받았다. 다소 암울했던 중세를 지나 밝고 희망찬 고대문명이 재탄생된 르네상스시대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직분을 가진 미술가의 다양한 재능은 권력자도 인정하며 사회적으로도 온전한 지위 또한 지니게 됐다.

고대 그리스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인정하고 총애한 궁정화가였던 아펠레스가 있었다. 그는 영웅이나 왕의 초상을 그렸고 아펠레스의 실력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고, 알렉산더는 자신의 여인까지 기꺼이 예술가 아펠레스에게 선물했다. 그림을 그리는 뛰어난 재능으로 인해 당대 최고의 위정자와 아펠레스는 독대하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며 많은 예술가의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를 부러워한 르네상스의 화가들은 아펠레스같은 사회적 지위를 꿈꾸고 희망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중요한 도구인 붓과 팔레트는 작업 도구로서 화가의 자기 정체성과 예술노동가의 당당한 상징이 됐고, 캔버스의 주인공 물감으로 인해 자연을 닮은 색의 향연은 우리들의 삶을 더욱 풍요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고대화가의 팔레트는 빨강, 검정, 흰색, 노랑, 갈색에 불과했다. 이후 미술작품 재료인 색의 역사는 안료 발견을 통해 미술작품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청색은 미술과 장식에 사용된 색상 중 가장 후발 주자로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된 청색의 역사는 과학의 발명과 세계의 무역 등 인류의 풍부한 역사와 함께했고, 세상을 묘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청색은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상징성은 다르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청금석은 유럽 바다를 건넜다고 해 '울트라마린 블루'라 불렸다. 중세시대 청금석은 금과 같은 가치를 지녔고 유럽의 가장 인기 있는 색이 됐다. 수세기 동안 청금석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그림속 가장 중요한 인물이나 중세시대에는 예수와 성모마리아 망토에만 쓰였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대표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하녀'는 일상적 풍경 중 부엌일을 하는 모습의 그림 속 하녀에게 귀한 파란색을 사용했다. 공주도 아닌 미천한 신분의 하녀지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삶에 대한 생의 찬미가 녹아져 동시대가 요구한 모범적인 여성상을 구체화하는 그림이라고 전해진다.

1802년에는 프랑스 화학자는 새로운 청색 '코발트블루'를 발견했다.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은 '코발트블루'는 순수함과 광채의 신비로움과 부유한 느낌을 주는 색의 신비감에 길이 남을 유산인 예술작품 탄생의 시작점이 됐다. 청색은 유화물감에 대표적 색이 되며, 19세기초 도자기에도 널리 쓰이는 안료 였기에 그 유명한 청화백자의 아우라는 현재까지 명품으로 남겨진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색이 되기도 했고, 모노클롬 화가 이브클랭은 젖은 상태이건 마른 상태이건 동일한 밝기와 농도를 지닌 청색을 만들기 위해 합성수지에 건조시킨 안료를 섞어 순수한 빛과 공간에 맞는 색을 탄생시켰다. 이밖에 프러시안블루, 인디고블루, 인망블루 등 블루의 다채로움은 지금도 진행형 같다.

고대 이집트부터 우연한 계기로 소량씩 발견되어 온 파랑색의 역사는 발명과 세계 무역 등 인류사에 풍부한 증거로 남았다. 수 세기를 거쳐 블루는 많은 예술가와 대중에 사랑받아왔다. 예술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창작한 것을 기교있게 표현하고 구현하는 일을 의미하는 데 시각적 미를 지닌 물질, 화가가 미술을 완성하는 원재료인 물감, 그리고 색은 인류와 함께 걸어온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조형성의 본질로 자연스럽게 스며져 있다.

김미경 케이씨글로벌(Artspace KC) 대표 1223ma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