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전라남도 완도군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화가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뒤늦게 실내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디자이너 일을 하다, 2008년 수제 가구사업에 도전했다 실패해 빚더미와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 후 다시 회사에 취직했다가 2010년 배달의민족을 만들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그리고 그렇게 빈손으로 시작한 회사를 8년만에 유니콘으로 성장시키는 기적을 만들었다. 2019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8000억원에 매각했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배달의민족이라는 플랫폼으로 한국의 외식산업을 배달 중심으로 재편시킨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로 한국인 최초로 '더 기빙 플레지' 회원이 된 김봉진이다.
더 기빙 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만든 세계 최고 부자들의 자선 단체이며 회원은 200명에 불과하다. 가입 조건은 재산이 최소 10억달러 이상이며, 그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우리나라 재벌은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이다.
서울대 공대 재학시절 공부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PC방과 노래방에 빠져 살다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기로 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따거나 사업에 도움이 될 동아리를 기웃거렸다. 2002년 벤처동아리 회장이 됐다. 운영자금도 끌어오고 기업인, 벤처투자자, 타 대학 창업동아리 등 다양한 사람들을 활발하게 만났다. 7개 회사를 창업하고 망하기를 거듭하다 20대에 10억원의 빚을 졌다. 가족, 지인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연락을 끊고 잠적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2014년 인공지능(AI)과 미디어기술을 활용하는 하이퍼커넥트를 창업했다.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매출의 99%를 해외에서 일으키며 초기부터 흑자를 기록한 회사를 2021년 미국 매치그룹에 2조원에 매각했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전 세계 230여 개국에 19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영상메신저 '아자르'와 '하쿠나라이브'라는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하이퍼커넥트의 창업자 안상일이다.
스타트업의 여정은 한 편의 게임과 같다. 모든 게임은 반드시 끝이 있다. 게임을 무사히 끝내면 다음 단계의 게임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게임에 도전할 수 있다. 스타트업 게임의 시작은 창업이고, 끝은 엑시트다. 게임을 시작한 모든 스타트업은 엑시트를 향해 전력 질주해야 한다. 엑시트는 투자회수의 개념으로 대표적으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이 있다.
빈손으로 시작해서 세계적인 기업에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엑시트에 성공하며, 스타트업의 게임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김봉진과 안상일은 최근 자신들이 만든 회사를 떠나 새로운 여정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쓰여진 명함을 갖고 다니며, 자율과 팀워크를 강조한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기업문화를 만든 김봉진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사임인사 이메일에서 “커다란 세상에 '작은 생각 하나'와 '뜨거운 열정 하나'를 품고 세상과 맞짱을 떠보려는 후배들도 도와보려 한다”라며 향후 디자인 분야 창업과 스타트업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여러분을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밖에는 생각나지 않네요”라며 “고맙고 또 고맙고, 고맙습니다”라고 임직원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안상일도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 최초 기술로 만든 제품으로 한국에서 창업해 해외 매출이 99%인 글로벌 비즈니스를 키워봤다”며 “미국 회사에 회사를 매각한 후엔 글로벌 대기업의 경영시스템에 속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지식과 경험을 얻었고, 체계적인 경영자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며 올해 10월부터 하이퍼커넥트 CEO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링크트인 프로필이 '영원한 아마추어 기업가'인 그는 “새롭게 도전하면서 조만간 흥미로운 제품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뵙겠다”고 했다.
흙수저 창업신화와 7전8기의 신화.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에 한줄기 희망을 보여준 진정한 영웅이다. 이들의 새로운 앞날을 응원하며, 제2의 김봉진, 안상일과 같은 수많은 영웅이 탄생하기를 기원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