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그리스 산불…소방비행기 추락으로 2명 사망

25일(현지시간) 그리스 로도스 섬 산불. 사진=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그리스 로도스 섬 산불. 사진=AP연합뉴스

그리스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산불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 비행기 1대가 추락해 탑승자 2명이 모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간) 그리스 공영 방송 ERT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2분 에비아섬 카리스토스 마을에서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소방 비행기가 추락했다.

사진=ERT 캡처
사진=ERT 캡처

공개된 영상에서 소방 비행기는 산불 위로 물을 뿌리고 잠시 상승했으나, 이후 기체가 기울더니 그대로 추락했다.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에서는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사고기에 탑승한 조종사 크리스토스 모울라스(34)와 부조종사 페리클레스 스테파니디스(27)가 모두 사망했다.

사고 비행기는 캐나다의 항공기제조사인 캐나데어가 산불 진화용으로 제작한 CL-215기로, 기체에 약 5000리터(L)의 물탱크를 갖췄다.

또 에비아섬 산불 현장 인근에선 불에 탄 남성 시신 1구도 발견됐다. 이틀 전 실종 신고된 양치기로 추정되며 화재로 인한 사망인지 확인하고 있다.

12일 전부터 에비아섬 외에도 로도스섬, 코르푸섬 등 그리스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진화되지 않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집어삼키고 있다.

현지 당국 추산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3만5000헥타르(㏊)의 숲과 토지가 파괴됐다. ERT는 현재까지 그리스 섬의 면적 10% 수준이 불탔다고 추정했다.

가장 큰 산불이 발생한 로도스섬에선 관광객을 포함해 2만명 이상이 대피했으며, 소방 비행기 9대, 소방 헬리콥터 2대, 소방관 260명이 투입돼 화마와 싸우고 있으나 8일째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0개 회원국에서 소방 비행기 7대, 차량 100대, 소방관 500명을 지원받아 그리스에 파견했다. 튀르키예, 이스라엘, 이집트 등도 지원에 가담했다. 폭염과 우박 등 극한 기후로 고통받는 이탈리아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화마와 전쟁 중”이라며 “폭염까지 발생해 앞으로 사흘간 더 힘든 날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