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산업과의 갈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진료·법률 분야 등의 플랫폼 서비스로 이미 많은 소비자가 편익을 누리고 있는 만큼 혁신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데 스타트업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뜻을 모았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KOSI)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주제로 제7차 KOSI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벤처기업·스타트업의 경쟁력과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 규제를 점검하고, 유연하고 균형 있는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신·구 산업 간 갈등사례와 대응현황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국민 관점에서 편익을 강조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비대면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배송받는 닥터나우는 코로나 19 펜데믹을 겪은 지난 3년간 이용자 수 1386명, 이용 건수 3661만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따른 시범 따른 시범사업 실시 체제로 재진, 만성질환자, 도서지역 환자를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장 이사는 “재진 제한, 대상 환자 제한, 약 배송 제한, 배송 가능 지역 제한 등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로톡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법률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법률 서비스 대중화에 기여해왔다”고 강조했다. 2015년 변호사협회가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이후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 기준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은 25개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리걸테크 기업 수가 31개에 머무른 실정이다.
장재용 넥스트유니콘 대표는 올해 1분기 벤처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60% 줄어든 점을 지적하며 개인투자조합의 최소 조합 결성 금액 기준 하향, 최대 인원 제한 조정 필요성 등을 제시했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실장,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 장재용 넥스트유니콘 대표 등이 참여했다.
송 실장은 과거의 논리로 의료·법률 산업의 디지털화를 가로막아 해외 원격의료 플랫폼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에 주도권을 뺏기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어 “현재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국내외 스타트업들의 신구산업간 갈등 사례를 수집해 갈등 양상을 유형화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정부가 기존 산업과 신산업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기존 산업의 편을 들고 시장의 역할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벤처·스타트업이 제도적 규제와 기존 산업과 마찰로 혁신의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까 우려된다”면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신산업 모델에 대해 정부가 나아가야할 정책 방향을 보다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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